식물이 자라는 침대, 허공을 맴도는 배…대구미술관 스테판 티데 개인전

입력 2026-11-04 15: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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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설치·드로잉·영상작품
어미홀 공간에 전시…내년 2월까지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리고 있는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이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최근 대구미술관을 찾은 스테판 티데 작가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리고 있는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에 전시된 영상작품 '태양들'. 이연정 기자
최근 대구미술관을 찾은 스테판 티데 작가가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식물이 자라는 침대부터 허공에 매달려 빙글빙글 도는 대형 범선까지. 한동안 비어있던 대구미술관 어미홀이 관람객의 눈길을 머물게 하는 독특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스테판 티데의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전시 '시간의 어긋남(Out of Sync)'이 열리고 있다.

최근 미술관을 찾은 작가는 "1년 전 어미홀을 처음 찾았을 때 높이 18m의 공간이 너무 커서 두려움이 앞섰지만, 내 작업은 결국 장소와 함께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높은 층고의 빈 공간까지도 어떻게 작품의 일부로 가져올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마치 꿈 속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일상적인 사물과 자연 등의 요소를 본래의 기능과 목적에서 벗어난 낯선 상황에 놓아,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이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이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이 대구미술관 어미홀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어미홀 중앙에는 대형 설치 작품 '공허의 회전'이 먼저 눈에 띈다. 길이 5m의 목조 범선이 허공에 매달린 채 천천히 회전한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할 배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고 같은 자리를 맴돌고, 길게 뻗은 돛대 끝은 바닥에 펼쳐진 모래 위에 계속 원을 그리며 흔적을 남긴다.

그 뒤로는 여러 개의 침대들이 놓였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불면'은 여러 개의 철제 침대에서 식물이 자라는 대규모 설치 작품이다. 침대 위의 조명은 잠든 사람 대신 식물을 비추고, 식물은 전시 기간 동안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란다. 작품은 완성된 하나의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가 이어지는 4개월간 계속 변화하는 '살아 있는 풍경'이 된다.

멀리서 보면 악보, 혹은 무채색의 풍경처럼 보이는 평면 드로잉 작업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종이 위에 작은 점들을 하나씩 불로 태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점들은 선을 이루고, 선들은 물결처럼 미세하게 흔들린다. 작가 스스로 정한 규칙과 질서, 통제성은 조금씩 번지며 예상치 못한 흔적을 남기는 불의 우연성과 한 화면에서 만나 일렁인다.

작가의 영상 작품 '태양들'에서 불은 또 다른 방식으로 등장한다. 초록빛 들판에서 불붙은 나뭇가지가 민들레 홀씨에 닿을 때마다, 홀씨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평온한 풍경 속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파괴, 소멸은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묘한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익숙한 것들이 제자리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 현실은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미세한 어긋남 속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감각과 가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며 "4개월간 식물이 자라고, 배가 원을 그리며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새로운 감각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