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포도 농사를 짓는 귀농인, 대학 졸업 후 토마토 농사에 뛰어든 청년 등 다양한 출연자가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유튜브 채널 '도시에서 온 총각'이다.
이 채널은 자극적인 콘텐츠와는 거리가 멀지만, 구독자 7만8천 명에 누적 조회 수 6천800만 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다. 채널을 운영하는 김동영(35) 대표는 '시골에서는 뭐 먹고 살지?'라는 한 줄의 문장으로 채널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그는 대학 시절 친구들이 유럽 등지로 배낭여행을 떠날 때 우리나라 시골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친구들이 도시에서 직장인이 됐을 때 그는 돌연 경북 경주에 정착해 유튜버가 됐다.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에 있는 경북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일과 삶 모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배낭여행에서 찾은 꿈
인천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요리사를 꿈꾸며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셰프가 쉽지 않은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대학에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동기들이 영어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며 취업 준비에 집중하던 대학 3학년 말. 그는 음식 공부를 위해 1년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뒤에는 6개월 동안 캐나다, 미국, 멕시코, 쿠바 등을 돌며 배낭여행을 했다. 일하며 모은 돈으로 좀 더 다양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경험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해외를 다니다 보니 오히려 한국 음식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우리나라 음식이 얼마나 다양하고 특별한지 그때 처음 느꼈죠."
이 여행 이후 그는 또 다른 배낭여행을 구상했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지역별 식재료와 향토음식을 맛보며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서 일하고 숙식을 제공받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그는 대학 졸업 직후인 2018년 봄, 두 번째 배낭여행을 떠났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예상보다 더 힘들었어요. 무작정 마을회관을 찾아갔더니 주민들이 저를 경계하기도 했고, 저녁때까지 묵을 곳을 찾지 못해 길바닥에 텐트를 치고 잘 때도 있었죠."
그래도 점점 노하우가 생겼다. 시청이나 군청에 연락해 도움을 받기도 했고, 한 번 일한 농가에서 다른 농가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151일 동안 37곳의 농가에서 일손을 도왔다. 이 여행은 그가 우리나라 농촌의 문제를 자신만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해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귀농귀촌 인생 영상에 담아
"막상 가보니 지역 음식이라는 게 많이 사라지기도 했고, 농사일이 많아 농가에서는 오히려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제 관심을 끄는 건 다른 데 있었어요. 배 농가에 간 적이 있는데, 태풍으로 떨어진 수많은 배가 바닥에 깔려 있더라고요. 보기엔 너무 멀쩡한데 다 버려야 된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됐죠."
그는 작은 흠집 등으로 상품성이 없어 팔지 못하는 못난이 농산물이나 지방 소멸 등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 자신을 살뜰히 챙겨준 농부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였을까. 그는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선택한 직업이 농산물 유통회사 직원이었다. 처음엔 수도권에서 근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농산물 회사인데 굳이 수도권에서 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이 경주였다.
경주에 내려온 그는 1년 8개월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돌연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농촌을 위해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초심은 옅어지고, 직장 내 승진과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제가 보이더라고요. 이러려고 지방에 내려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급을 끊어야 내 일을 하겠다' 싶어 과감히 퇴사했죠."
이후 그는 151일간의 국내 배낭여행 기록을 엮어 '나는 왜 시골을 돌아다녔는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어 '농촌과 도시를 잇는 일'을 하겠다는 목표로 본격적인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의 일이다.
"농촌을 여행할 때부터 기록을 목적으로 이런저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어요. 당시 산머루를 재배하는 분이 자신을 인터뷰해 좀 알려 달라고 해서 찍어 올린 영상이 있는데, 조회 수가 꽤 높았죠. 이런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사람들이 관심도 가져 주고 농산물 판매 수단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해보자 싶었죠."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초기에는 배낭여행 때 알게 된 사람들이나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 위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시청자의 대다수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늘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며 끊임없이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어느 날, 곤충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다 귀농해 딸기 농사를 짓는 서른한 살 청년을 인터뷰한 영상이 며칠 만에 조회 수 20만 회를 기록했다(지금은 200만 회를 넘어섰다).
"그날의 '사건'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 나가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줬죠."
그런 시행착오 끝에 요즘 그는 소재를 넓혀 농민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농촌 방문이나 우리 농산물 구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삶
김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 올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외에도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뢰하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강연 활동도 한다. 홍보 영상 제작 분야에서는 대구경북 이외 지역에서도 협업 제안이 올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와는 4년째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강연은 주로 크리에이터 관련 교육이다. 크리에이터 인력 풀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김 대표에게 유튜브 활용 교육 요청이 가끔 들어온다. 2024년에는 경주시청년센터에서 1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유튜브 활용 교육을 했다.
그 밖에도 그는 2024년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지원을 받아 청년 농부를 대상으로 한 농촌 연애 예능 프로그램 '농촌 Solo(솔로)'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김 대표는 '도시에서 온 총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기반으로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해결책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봄의 일이었다. 경북 북부 지역이 대형 산불 피해를 입었을 때 그는 청송을 찾았다. 상황은 정말 처참했다. 그곳에서 그는 화재로 집을 잃은 양봉업자 청년 농부를 만났다. 다행히 창고에 보관 중이던 꿀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이 하나둘 꿀을 구매하기 시작했고, 판매액은 1천만 원 정도에 달했다.
"그 청년 농부가 가끔씩 꿀을 보내오곤 합니다. 급전이 절실할 때였는데 큰 도움이 됐고, 그때 구매하신 분들이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요. 이런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이 일을 할 이유는 충분하죠. '농가와 도시를 이어주고 싶다'는 제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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