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5경기에 모두 출전한 소방수
박진만 감독, 원태인도 MVP 칭찬
프로야구에선 에이스와 홈런 타자가 크게 빛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팀을 지키는 선수도 필수. 이런 선수가 있어 팀이 더 강해지고 이긴다. 삼성 라이온즈에선 불펜의 핵 이승민이 그런 경우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든든하다.
'언성 히어로(unsung hero)'. 보이지 않는 영웅이란 뜻이다. 남들 눈에 띄진 않지만 묵묵히,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 축구의 상징이었던 박지성이 현역 시절 그 별명을 얻었다. 헌신, 많은 활동량으로 동료들의 플레이를 빛나게 만들었다.
삼성엔 '소리 없이 강한 남자'가 있었다. 김한수 전 감독이 선수 시절 그렇게 불렸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튀지 않는 모습 덕에 얻은 별명. 그의 3루 수비는 철벽이었다. 지금 삼성에도 언성 히어로, 소리 없이 강한 남자가 있다. 왼손 불펜 이승민이 그런 선수다.
가장 힘든 순간, 이승민이 마운드에 오른다.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 5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투혼이다. 5⅓이닝 동안 21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던진 공은 78개. 단 한 점만 내줬다. 승부처,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해야 할 때 그가 나섰다.
PO 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적은 없다. 그래도 그가 버텨준 덕분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최후의 보루다. 박진만 감독의 생각도 같다. 박 감독은 "숨은 공신은 이승민이다. 상대 상위 타선을 잘 상대해준 덕분에 PO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삼성은 마무리를 잃은 상태. 김재윤이 부상으로 PO는 물론 한국시리즈에도 나서지 못한다. 리그 세이브(35개) 1위가 없으니 뒷문이 헐거워졌다. 이승민의 부담이 커졌다. 선발 자원 원태인을 마무리로 쓰는 게 박 감독의 응급 처방. 둘이 함께 뒷문을 사수한다.
원태인은 PO 3경기에 등판했다. 3⅔이닝 1자책점. PO 5차전에선 마무리로 나서 마침표를 찍었다. 낯선 보직임에도 거리낌이 없다. 오직 팀 승리만 바라본다. 원태인의 생각도 박 감독과 같다. 2000년생 동갑내기인 이승민을 두고 "내 마음 속 MVP"라고 했다.
원태인은 "(이)승민이와 제가 둘이 서로 '해줘, 해줘'라고 얘기한다. 제가 뒤에 있을 때는 (이승민에게) 주자를 깔지 말고 내려오라고 말한다"며 "불펜 자리가 낯설었는데 승민이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 서로 엄청 의지가 된다.이런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승민도 한 마디했다. 그는 "(원)태인이가 계속 주자를 남겨 놓지 말고 내려오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먼저 올라가면 주자가 있어도 꼭 막아달라고 한다. 내로남불이 좀 심하다"며 웃었다. 이어 "그래도 MVP라 얘기해주니 고맙다"고 했다.
둘의 호흡이 좋다. 마침 둘 다 지역 출신, 이른바 '로컬 보이'다. 이승민은 대구고, 원태인은 경북고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엔 소속이 달랐으나 지금은 함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던진다. 둘이 있어 삼성 뒷문이 더 강해졌다. 수원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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