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나 사회부 기자
따뜻한 평일 오후 대구 용산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사이로 역 한쪽에 자리한 테마파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이시설은 모두 멈춰 있었고 이용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테마파크 주변을 청소하는 직원만 이따금 오갈 뿐이다. 달서구가 10억원을 들여 야심 차게 조성한 용산역 테마파크의 현주소다.
아무리 번듯한 시설이라도 이용객이 없다면 제 역할을 다한다고 보기 어렵다. 시민들이 실제로 찾아 이용해야 조성 취지를 살릴 수 있다. 그러려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예상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개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 달서구가 10억원을 들여 조성한 용산역 테마파크는 이런 기본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테마파크는 개장 후 3개월간 수입이 1천480만원에 그치면서 위탁업체가 운영을 포기했다. 이후 새로운 운영업체를 찾고 놀이시설까지 추가했지만 이용객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올해 9월까지 누적 이용객은 3천700명에 불과했다. 평일 하루 평균 방문객은 3명에 그쳤고, 주말에도 하루 평균 37명만 찾았다. 결국 지난 6월부터는 평일 운영을 중단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만 문을 열고 있다.
개장 이후 1년이 넘도록 이용객이 늘지 않았다면 사업 추진 단계부터 되짚어봐야 한다. 야외 시설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이용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일정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 애초 이용 수요가 불확실했다면 시설 규모와 운영 방식도 그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사업 구조도 문제다. 용산역 테마파크 조성에는 달서구가 구비 10억원을 투입했지만, 부지 제공과 운영 관리는 대구교통공사가 맡았다. 예산을 투입한 주체와 실제 운영하는 주체가 분리된 구조다.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누가 주도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고 결과에 책임질 것인지 모호할 수밖에 없다.
각 기관이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 운영이 부진할 경우 누가 개선책을 마련하고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사전에 명확히 정했어야 한다. 사업을 추진할 때는 기관 간 협력을 내세우다가 문제가 생기면 각자 맡은 역할만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책임 있는 행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막연한 활성화 약속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기존 놀이시설을 개선할 것인지, 시민 수요에 맞춰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이용객이 찾지 않는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미 투입한 예산이 아깝다는 이유로 잘못된 사업 방향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달서구의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이번 실패는 더욱 뼈아프다. 올해 달서구는 전체 예산의 73.29%를 복지비로 지출했다. 사회복지비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 8월 '재정 비상 체제'를 선언했으며, 다른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까지 발행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세입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령화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도 늘고 있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은 물론 조성을 마친 공공시설을 유지·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여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사업 실패를 인정하고 철저한 원인 분석과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