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하면서 전용 차량으로 신압록강대교를 건넜다. 과거 중국 방문 때 전용열차나 전용기를 이용했던 것과 달리 자동차로 국경을 넘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 사망설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에 북한 매체가 그의 공개 활동을 상세히 보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는 25일 김 위원장이 전날 중국 단둥을 방문한 소식을 전하면서 전용 차량인 벤츠 마이바흐가 신압록강대교를 통과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 지도자가 신압록강대교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하고 현지 시설을 시찰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은 앞서 다섯 차례 중국을 방문할 때 전용열차인 '태양호'나 전용기 '참매1호'를 이용했다. 이번에는 지난 15일 공식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입국하고 귀국한 사실이 공개됐다.
김정은의 이번 방문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인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전선참전 76돌'을 계기로 이뤄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아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을 기리는 일정을 소화했다.
북한 측에서는 조용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최선희 외무상, 리일환·김성남 비서, 김덕훈 제1부총리, 김여정 총무부장, 김재룡 제1부부장 등 당정 주요 간부들이 동행했다.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도 함께했다.
중국 측에서는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김정은 일행을 맞았다.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류하이싱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마자오쉬 상무부부장, 쉬쿤린 랴오닝성위원회 서기, 장빙 단둥시당위원회 서기 등 중앙과 지방의 간부들도 참석했다.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정은은 중국 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항미원조기념관 일정을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어린이들이 꽃다발을 전달하고 인공기와 오성홍기를 흔들며 방문단을 환영했다.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김정은은 항미원조기념탑에 헌화했다.
중국은 6·25전쟁에서 중국군이 첫 승리를 거둔 날로 알려진 10월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참관을 마친 뒤 왕후닝 주석과 담화를 나눴다. 그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출병지에서 위대한 연대와 역사를 경건히 추억하는 것은 마땅한 도리이고 의무"라며 "피로써 맺어진 조중 친선의 귀중함을 다시금 새겨보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정은은 단둥의 버스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일정을 마친 뒤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을 떠났다. 왕후닝 주석을 비롯한 중국 중앙·지방 간부들은 다리 중간 지점까지 동행해 김정은 일행을 배웅했다.
귀국길에 다리 위에서 주변 경관을 바라본 김정은은 신압록강대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 다리가 두 나라를 잇고 우리의 마음도 더 굳게 잇는 역사적인 사명을 의심할 바 없이 정확히 수행하게 되리라"고 말했다.
신압록강대교는 중국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연결하는 교량이다. 왕복 4차로에 총길이 3026m 규모로, 지난 15일 공식 개통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행사인 전승절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약 1년 1개월 만에 중국 땅을 밟았다. 집권 이후 여섯 번째 방중이다.
다만 이번 방문에서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고 귀국했다.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뒤 시 주석과 회동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매체는 최근 불거진 사망설을 의식한 듯 단둥 방문과 항미원조기념관 참관, 중국 측 인사들과의 접촉, 귀국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4년 9월에는 김정은이 40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북한 매체가 지팡이를 짚고 현지 시찰에 나선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관련 의혹은 잦아들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발목 복사뼈의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고했다.
2020년 4월에도 김정은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이 확산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심혈관 시술설을 보도했고, 미국 CNN은 익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이 수술 뒤 위중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후 일부에서는 뇌사설까지 제기됐지만 김정은이 공개 활동을 재개하면서 관련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7월에는 김정은의 공개 활동 공백이 길어지자 숙부 김평일의 쿠데타설이 퍼졌다. 지난해 5월에도 김정은이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정은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김정은이 체중 140㎏대 초고도 비만으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보고했다. 김정은의 건강 문제는 과거에도 대외적으로 관심을 받아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