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공석인 법무부 장관 자리를 놓고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25일 복수의 언론은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이재명 대통령이 두 사람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승원 전 후보자가 지난 9월 19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등으로 사퇴한 뒤 후보군을 다시 추린 결과다.
역대 청와대 인선을 살펴봐도 최종 발표 전 복수 후보를 놓고 여론과 검증 결과를 살피는 방식(내지는 수법) 자체는 국민들에게 낯설지 않다.
다만 이번에는 현직 의원 2명의 이름이 동시에 공개된 만큼, 누가 선택되고 누가 탈락하느냐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평가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장관 지명 여부가 두 사람의 당내 입지와 향후 총선 공천 등 정치적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당사자들은 물론 여당 내부와 국민들도 평소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인사 시즌이 시작된 셈이다. 김승원 전 후보자의 깜짝 발탁 때와 달리 이번에는 적어도 국민들이 두 후보의 이력과 장단점을 미리 비교해보고, 각자의 의견을 형성할 시간이 생겼다.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 담당 핵심 관계자들이 실제로 어떤 기준과 계산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공개된, 즉 확인할 수 있는 이력만 놓고 보자. 둘 중 누가 더 '법무부 장관처럼 생긴 이력'을 갖고 있을까.
◆나이는 양부남이 형, 기수는 박균택이 선배
두 사람은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 출신이다.
박균택 의원은 1966년 6월 12일생으로 올해 나이 만 60세, 사법연수원 21기다. 광주(이하 과거 지자체명 기준)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양부남 의원은 1961년 3월 23일생으로 올해 나이 만 65세, 사법연수원 22기다. 전남 담양공고와 전남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합격 회차가 같지만 사법연수원 기수는 한 기수 차이가 난다. 같은 시험에서 합격해도 연수원 입소 시점 등에 따라 기수가 달라질 수 있다.
검찰 조직에서는 기수가 우선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묘한 조합이고, 둘 다 최종적으로 고검장급까지 올라갔다는 점에선 사실상 같은 체급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국장 VS 특수수사
그런데 검사 시절 이력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색깔을 보였다.
박균택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 대검 형사1과장, 대검 형사부장, 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직책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초대 검찰국장을 맡았다. 검찰국은 검사 인사와 조직·예산 등을 담당하는 법무부 핵심 부서다. 그보다 앞서 노무현 정부 때에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도 파견됐다. 법무부 장관이 실제로 다뤄야 할 조직·인사·제도 업무를 이미 상당 부분 경험한 셈이다.
반대로 양부남 의원은 다룬 사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형사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등을 거쳤고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불법 대선자금 사건, 원전비리 수사,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등 굵직한 수사 경력이 따라붙는다. 검찰 내부에서도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인사로 꼽혔다.
즉 박균택 의원 이력서에선 '법무부 검찰국장'이, 양부남 의원 이력서에선 '특수부 검사·대형 사건 수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박균택 의원이 법무행정·조직관리형이라면 양부남 의원은 현장수사·지휘형에 가까운 셈이다.
박균택 의원은 특정 초대형 특수사건 하나로 대중적인 이름을 알린 검사라기보다는 형사·기획 분야를 두루 거친 검사에 가까웠다. 대전지검 차장검사 시절 권선택 당시 대전시장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수사를 지휘했다. 권선택 전 시장은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시장직을 상실했다.
양부남 의원은 상대적으로 사건 중심의 경력이 강하다.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와 원전비리, 강원랜드 채용비리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컸던 사건을 수사하거나 지휘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을 '법과 제도를 설계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자리'라고 보면 박균택 의원의 경력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강한 수사조직을 이해하고 통솔해야 하는 자리'라고 보면 양부남 의원의 경력이 도드라진다.
이번 법무부 장관은 검찰청 폐지 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새로운 형사사법체제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런 이력 차이는 의미가 있다. 법무행정과 강한 수사 지휘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이 후보군에 있었다면 더 확실했겠지만, 현재 선택지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강점 가운데 무엇을 더 중시할지에 가까워 보인다.
◆둘 다 '이재명 법률라인'…일한 스타일은 달랐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다. 야권이 인선 보도 직후부터 두 사람을 '이재명 변호인 그룹'으로 묶어 공격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역할은 달랐다.
박균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에 밀접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성남FC·백현동·대북송금 사건 등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측 법률 대응에 참여했고 검찰 출석이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도 관여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균택 의원이 일부 사건의 본안 변론을 맡은 변호사라기보다 수원지검 출석 때 입회한 변호사였다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양부남 의원은 성격이 다르다. 개별 형사재판 변론석에 직접 앉았다기보다는 2022년 대선 당시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이후 민주당 법률위원장으로 이재명 당시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총괄했다.
한 사람은 사건 가까이에서 직접 대응했고, 다른 한 사람은 당 법률라인에서 전체 사법전선을 관리한 셈이다.
◆사람만 보면 '조율형'과 '돌파형'
정치 경력은 둘 다 길지 않다. 두 사람 모두 22대 국회에서 처음 배지를 단 초선 의원이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 장관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다. 앞서 법무부를 이끌었던 정성호 전 장관은 5선 의원이었고, 뒤이어 지명돼 인사청문 절차까지 밟았던 김승원 전 후보자도 재선 의원이었다. 물론 선수 자체가 장관 자질을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다.
다만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체제를 안착시켜야 하는 무거운 시기에 초선 의원 2명이 동시에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됐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박균택 의원은 광주 광산갑을 지역구로 두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검찰개혁 논의에서도 무조건적인 보완수사권 폐지보다는 제한적·예외적 보완수사 필요성을 인정하는 비교적 현실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양부남 의원은 광주 서구을이 지역구다.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치인이 된 뒤에도 검사 시절 이미지가 묘하게 이어지고 있다. 박균택 의원은 법사위에서 법률과 형사사법제도 문제에 직접 관여하는 모습이 강하고, 양부남 의원은 당의 법률전선을 책임지는 역할이 더 부각된다.
과거 인사 기사와 검찰 내부 평가를 보면 박균택 의원에게는 비교적 온화하고 합리적이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붙었다. 기획·형사 분야에서 오래 일했고 조직 안에서 조정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양부남 의원은 공직비리와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만큼 강한 추진력과 사건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돼왔다. 이 역시 공식적인 능력평가라기보다는 두 사람이 검사 시절 쌓아온 이미지의 차이에 가깝다.
박균택 의원은 '조율형', 양부남 의원은 '돌파형'이라는 수식을 붙일 수 있다.
◆박균택에게 갑자기 생긴 '한동훈 변수'
그런데 막판에 변수가 하나 생겼다. 두 사람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기 직전 나온 뉴스다.
박균택 의원은 지난 10월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 부부가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동훈 의원은 이에 대해 "거짓 흑색선전"이라고 전면 반박하고 미성년 아들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자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관련 의혹으로 한동훈 의원 부부가 과거 고발된 사건은 2025년 5월 각하됐다.
현재 박균택 의원이 이 발언으로 입건되거나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적용 여부 등 법률적 쟁점도 있어 향후 실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한동훈 의원이 예고한 법적 대응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개인 법적 분쟁이라는 묘한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서는 공소취소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남아 있고, 박균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인사다. 여기에 박균택 의원 자신까지 별도의 법적 분쟁 당사자가 된다면 야권에서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후보 모두 자신의 법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인선 과정이 박균택 의원에 포커스를 맞출 경우, 이런 논란 자체가 박균택 의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양부남에게도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양부남 의원에게 인사검증용 이야깃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24년 총선 당시에는 두 아들에게 서울 한남동 재개발 지역 주택 지분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대신 납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아빠찬스' 논란이 제기됐다. 양부남 의원은 적법하게 세금을 납부했다면서도 부모찬스라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또 2025년 국민추천 방식으로 장관 후보를 모집할 당시 양부남 의원 측 관계자가 단체대화방 등에 양부남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추천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셀프 추천' 논란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