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최현정] 대구를 여행하는 이유

입력 2026-10-25 12: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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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문화특집부 기자
최현정 문화특집부 기자

최근 취재와 개인 일정으로 부산과 대전을 연달아 찾았다. 공교롭게도 두 도시 모두 가장 북적이는 시기였다. 부산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었고, 대전에서는 대전 빵 축제가 열리는 주간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1년 만에 관객 2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영화제로 승격하면서 칸·베를린·베니스국제영화제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가을에는 국내 페스티벌 중 최다 관객을 모은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열렸고 여름에는 해수욕장 방문객이 2천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늘어 7월에는 방한 외국인 4명 중 1명가량이 부산을 찾았다. 부산이 서울 관광을 위한 경유지가 아닌 하나의 목적지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얼마 뒤 찾은 대전에서는 도시 브랜딩이 눈에 들어왔다. 양손에 빵 봉투를 든 사람들이 넘쳐났고, 말로만 듣던 빵투어 버스도 마주쳤다. 올해 대전 빵 축제에는 지역 빵집 120곳이 참여했다. 성심당에서 시작한 '빵의 도시' 이미지는 이제 한 업체의 유명세에 머물지 않는다.

1993년 등장한 대전 마스코트 '꿈돌이'도 축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꿈돌이 라면 가게에서는 빵을 잔뜩 맛본 뒤 느끼함을 달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빵'과 '꿈돌이'가 하나의 콘텐츠 안에서 이어지는 모습이 재밌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콘텐츠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빵축제가 열린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한밭수목원과 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등이 모여 있다. 같은 기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캐릭터·게임·애니메이션 행사 '대전콘텐츠페어'에도 1만7천여 명이 다녀갔다. 빵축제를 찾았다가 콘텐츠페어를 둘러보고 수목원을 걸으면서 하나의 목적지가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로 이어졌다.

도시를 찾는 이유가 꼭 거창한 관광 자원일 필요는 없다. 잘 만든 콘텐츠 한 편과 그곳에서 맛보는 음식 한 끼처럼 도시의 일상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이유가 되는 시대다.

그렇다면 대구는 어떨까.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 대구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도시다. 인기 구단 삼성라이온즈가 있고 치맥과 떡볶이처럼 대구의 색깔이 묻어나는 식문화도 축제로 확장됐다. 구·군마다 공연장이 있어 연중 공연이 이어지고, 오페라·뮤지컬·클래식 등 오랫동안 쌓아온 문화예술 기반도 탄탄하다. 동성로와 서문시장, 수성못과 앞산은 저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도심 위를 달리는 도시철도 3호선 역시 외지인의 눈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건 이 각각의 점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도시 브랜딩'이다. 좋은 카페와 맛집은 이제 어느 도시에나 있고, 지역마다 축제와 캐릭터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시대에는 개별 콘텐츠를 묶어 '대구에 가면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가'라는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도시 브랜딩은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라는 인상을 만드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가 당장의 산업이나 일자리보다 덜 시급해 보일 수 있지만, 콘텐츠가 사람을 움직이면 소비가 생기고 상권이 연결되며 도시의 이미지도 달라진다.

서울을 찾던 외국인 관광객이 다른 도시에도 하나둘 눈을 돌리며 찾아가는 흐름이 시작됐다. 대구도 지금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