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무변성 주정, 변성 절차 없이 무면허자에게 빼돌려져...무분별 유통, 오남용 우려 커져
관세청·국세청 이원화 틈탄 꼼수에 주정 통제 흔들...관련 법령 사문화 우려도
정부의 통제 아래 관리돼 온 주정(에탄올) 유통망이 일부 수입업자들의 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법망을 피한 무변성 주정 수입 행태가 판을 치면서 국민 건강권이 위협 받는 것은 물론, 관련 법령이 사문화 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주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주정 판매 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일부 수입업자들이 정식 유통 경로와 필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변성 주정을 국내에 무단 유통하며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주정은 술을 만들거나 식음료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핵심 원료다. 무변성 주정은 명칭 그대로 변성 과정이 없이 주류 및 식음용에 쓰인다. 변성을 거치는 경우에는 의료용이나 공업용 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무변성 주정은 있는 정부가 부여한 면허를 정식으로 취득한 업체만이 취급하고 유통할 수 있다. 수입 무변성 주정의 경우도 같다.
세부적으로,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8조(주정의 반출 제한)는 주정 면허를 받지 않은 자에게 주정을 넘길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한다.
또한 동법 시행령 제27조(주정의 구입 및 보유 제한)는 면허를 받거나 실수요자 증명을 받은 합법적인 당사자가 아니면 주정을 아예 보유조차 할 수 없도록 못 박고 있다.
정부가 이토록 통제하는 데는 오남용 우려에 있다. 과거 공업용 알코올을 마시고 사망하는 중독 사고와 무자료 거래를 통한 조세 포탈 등이 발생한 바 있어, 이런 문제들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입 화물의 주인을 증명하는 선하증권(B/L)을 통관 직전에 무면허자에게 넘기는 수법으로 법적 체계를 무력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부 업자들이 B/L을 전매하면, 서류를 넘겨 받은 양수인은 관세사를 통해 수입 화주 명의를 변경해 수입 신고를 마치고 수입 무변성 주정을 취득하는 구조다.
이렇게 빼돌려진 무변성 주정은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 추적조차 불가능해진다.
대표적으로, 일본계 위생용품 회사의 한국 법인인 A업체는 이 같은 우회 방식으로 무변성 주정을 들여와 제품을 생산 중이다.
특히 이 업체는 주류 원료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알코올 함량 95%'의 무변성 주정 제품을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만 구매하면 누구나 어디서든 주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정식 업체에서 주정을 구입해 오던 일부 식품기업들 마저 B/L 양수도 방식으로 수입 무변성 주정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를 방치할 경우 주류 통제와 과세의 근간을 이루는 현행 법령들이 모두 '사문화'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통관 절차를 주도해 무단으로 물품을 들여온 행위는 관세법 제269조 '밀수입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조세범 처벌법' 제6조에 따라 무면허 주류 판매로 처벌 받아야 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당국도 제도 개선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국정감사 중 문제의 맹점을 인지하고 관계 당국과 협의해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유통 경로 및 과·면세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주정을 식품 제조 등에 사용한 자에 대한 제재 규정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관세청과 식품의약안전처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은 무변성 주정에 대해 B/L 양수도로 수입 화주가 변경된 건은 전자통관 자동수리(P/A)를 전면 배제하고 모든 건을 서류제출 심사(P/C)로 전환해야 한다"며 "면허증 원본 검증 없이는 수입 신고 수리를 원천 보류하고, 유통 경로 추적을 회피한 의심 거래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압수수색이 단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B/L 양수도 방식을 통해 면허가 없는 자들이 무변성을 주정을 들여오고 있다"며 "이번 문제는 국세청과 관세청을 비롯해 수입식품허가증을 발급해 주는 식약처의 잘못도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물론, 부처 간 칸막이 행정으로 규정을 잘 몰라 벌어진 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관계 당국이 협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주정 유통체계를 법률이 명시한 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입 무변성 주정을 국내에 가장 많이 유통하고 있는 B업체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