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쓴 마이너스통장도 약정액 전액이 빚으로 잡혀 변동형 100%·주기형 20~40%·순수고정 0% 가산 차등
안 쓰는 마이너스통장 하나가 내 집 마련 자금을 수천만원 줄인다. 연소득 6000만원인 직장인이 마이너스통장 2000만원을 둔 채 30년 만기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다가 한도가 5000만원가량 깎였다. 마통을 해지하자 한도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시중은행 대출상담 창구에 접수된 사례다.
◆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 100%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은행과 2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적용했다. 기본 가산금리는 1.5%이고, 이를 100% 반영한다. 실제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갚을 능력을 따지니 같은 소득이라도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갚을 능력의 기준선은 은행권 DSR 40%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50%를 적용한다.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이 정착하면 금리 하락기에도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안 쓴 마통도 약정액이 전부 빚
마이너스통장은 한 푼도 꺼내 쓰지 않아도 약정 한도 전액이 부채로 잡힌다. 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DSR 산정기준이 그렇게 정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대출 원금은 실제 만기와 상관없이 5년에 나눠 갚는 것으로 환산한다.
2000만원짜리 마통이면 해마다 원금의 5분의 1에 이자까지 갚는 사람으로 계산된다. 이 금액이 연소득 대비 40% 한도를 먼저 차지한다.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사례에서는 미사용 마통 2000만원 때문에 주담대 한도가 4800만원 줄었다.
연봉 8000만원인 차주가 쓰지 않던 마통 3000만원을 없앤 뒤 비슷한 액수의 주담대 한도를 더 받은 사례도 시중은행 여신심사부에 있다. 마통 약정액이 클수록 되돌아오는 한도도 커진다.
◆ 원칙 1, 신청 전에 마통부터 정리
첫째 원칙은 주담대 신청 전에 안 쓰는 마통을 해지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것이다. 다만 갚았다고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한국신용정보원의 신용정보 집중관리 규정상 상환 정보가 전산망에 오르기까지 영업일로 2~3일이 걸린다.
신용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주담대를 내주는 방식은 거절하는 은행이 많다. 한 대출설계업체는 실수요자가 미리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이 깨질 위험이 있다고 본다.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은 비상용 마통을 줄이면 급할 때 쓸 창구가 막힌다는 부작용도 함께 지적한다.
◆ 원칙 2, 변동형 대신 주기형·고정형
둘째 원칙은 금리 유형 선택이다. 변동금리 주담대는 스트레스 금리가 100% 붙는다. 혼합형은 반영 비율이 40~80%로 2단계 때보다 올라갔다.
주기형은 20~40%만 반영된다. 만기 내내 금리가 고정되는 순수고정형은 아예 가산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시뮬레이션에서 연소득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변동형을 고르면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2단계 때보다 3300만원 줄었다.
신용대출도 유형에 따라 다르다. 잔액이 1억원을 넘을 때만 스트레스 금리를 매기고, 만기 5년 이상 순수 고정금리는 제외한다. 만기 3년 이상 5년 미만 고정금리는 60%만 반영한다.
은행도 대응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수도권 차주의 한도 축소를 줄이려 주담대 최장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 원칙 3, 주담대 먼저 신용대출은 나중
셋째 원칙은 순서다. 한 대출설계업체 대표는 "신용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 가장 불리한 상품이다. 주담대를 먼저 받고 남는 DSR로 신용대출을 일으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용대출이 1억원 이하라서 스트레스 금리를 피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시중은행 여신심사부는 기본 원리금만 반영돼도 주담대 여력이 크게 깎인다고 설명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고정·주기형을 유도하는 가산금리 차등이 상품 선택권을 좁히고 초기 금리 부담을 키운다고 비판한다. 실제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도 한도가 묶여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끊긴다는 지적도 내놨다.
연소득 9000만원인 차주가 5000만원 마통을 쥔 채 30년 주기형 주담대를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서 한도는 5억4600만원에서 3억5900만원으로 내려갔다. 마통 하나가 지운 금액은 1억8700만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