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30만원 넘자 27%만 "제사"…뷔페 예약 4.6배

입력 2026-09-24 08:50:31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전통시장 4인 상차림 30만3750원, 마트는 36만1300원 연휴 점심 외식 대기 1.8배, 뷔페 예약 88%가 5인 이상

이정학 시장을 비롯한 강원 동해시청 공무원들이 23일 북평민속시장에서 추석맞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학 시장을 비롯한 강원 동해시청 공무원들이 23일 북평민속시장에서 추석맞이 전통시장 장보기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는 27.3%로, 지난해 40.4%에서 13.1%포인트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3일 공개한 2026년 추석 명절 소비자 조사 결과다. 4인 기준 차례상 비용이 30만원을 넘어선 사이 명절 밥상은 집이 아니라 식당으로 옮겨갔다. 추석을 앞둔 한 주 동안 외식 예약 플랫폼의 가족모임 검색량은 평소의 4.2배로 뛰었다.

◆ 차례 계획 27.3%, 1년 만에 13.1%포인트 하락

차례를 지내겠다는 가구가 열에 셋에 못 미친 것은 관련 조사에서 처음이다. 한국리서치가 22일 내놓은 추석 인식 여론조사에서도 차례나 제사를 준비하겠다는 응답은 30%로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의 35%에서 5%포인트 더 내려앉았다.

명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 같은 조사에서 추석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휴일로 여긴다는 응답은 37%로, 1년 전 32%보다 5%포인트 늘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월 발표한 결과도 비슷하다. 수도권 소비자 패널 가운데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은 63.9%로 전년보다 12.4%포인트 늘었다.

차례를 지내는 가구도 상을 줄인다. 농경연 조사에서 차례 계획 가구의 50.9%가 예법에 맞춰 간소화하겠다고 답했다. 예법대로 모두 준비하겠다는 응답은 20.1%에 그쳤다.

◆ 4인 상차림 30만원… 애호박 92.8% 급등

비용이 결정적이다. 한국물가협회가 15일 발표한 제수용품 가격조사를 보면 전국 6개 도시 전통시장 기준 4인 차례상 비용은 30만3750원으로 전년보다 4.1% 올랐다. 같은 상을 대형마트에서 차리면 36만1300원으로 시장보다 5만7550원 비쌌다.

채소가 상승을 주도했다. 같은 조사에서 애호박 값은 폭염 여파로 1년 새 92.8% 급등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18일 조사에서도 채소류 비용은 14.7% 올랐다. 6인 기준 대형마트 구매비는 29만711원으로 6.0% 뛰었다.

지역과 유통 경로에 따라 금액이 갈린다. 물가협회 조사에서 전통시장 차림비는 인천이 31만360원으로 가장 비쌌고, 광주가 29만8220원으로 가장 쌌다. 상승률은 대전 7.3%, 광주 7.1%로 높았다. 서울시 조사에서는 도매시장인 가락몰이 22만8000원으로 대형마트와 21.6% 차이가 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2일 공개한 2차 물가조사에서 서울 90개 유통점 평균 제수용품 비용은 30만9380원이었다.

◆ 가족모임 검색 4.2배, 뷔페 예약 2년 새 4.6배

밀려난 상차림 수요는 외식으로 갔다.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운영하는 와드가 19일 내놓은 연휴 외식 데이터에서 가족모임 검색량은 평소의 4.2배, 한정식 검색량은 22% 늘었다. 21일 공개한 웨이팅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 식당의 하루 평균 점심 원격 대기는 평소의 1.8배, 대체공휴일에는 2.4배까지 올랐다. 대기 이용자 중 40대 이상 비중은 35.3%였다. 젊은 층의 맛집 줄서기가 아니라 가족 모임이 대기표를 뽑았다.

뷔페는 수치가 더 선명하다. 이랜드이츠가 17일 집계한 수도권 주요 3개 매장의 연휴 사전 예약 인원은 1300명이었다. 예약팀의 88%가 5인 이상 단체였고, 최대 25인 단체 예약도 들어왔다. 상위 4개점 연휴 예약자는 2022년 437명에서 2024년 2019명으로 2년 만에 4.6배로 늘었다.

이런 흐름은 명절에 국한되지 않는다. BC카드가 2020~2024년 요식업 가맹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뷔페 업종 매출은 연평균 8.9%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요식업 증가율은 1.1%였다.

◆ 1030억 할인에도 마트가 시장보다 싸진 역설

정부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19대 성수품 공급을 평시의 1.6배인 18만3000톤으로 늘렸다. 농축수산물 할인에는 1030억원을 넣었다. 전국 300개 전통시장에서는 국산 농축수산물 구매액의 최대 30%, 1인당 2만원까지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줬다.

효과는 엇갈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1일 내놓은 전국 24개 품목 차림비용은 19만6630원으로 지난해보다 1.5% 낮아졌다. 그러나 할인 지원이 대형 유통업체에 쏠리면서 마트 비용이 19만1511원으로 전통시장 19만5911원보다 싸지는 역전이 벌어졌다. 소비자단체협의회 1차 조사에서 국산 쇠고기 600g은 마트가 시장보다 2만원가량 비쌌는데, 할인을 반영하자 순서가 뒤집혔다.

◆ 차례상 기준은 '여섯 가지 아홉 접시'

간소화의 기준은 이미 나와 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내놓은 표준안 기준도 주목받는다. 송편과 구이 등 여섯 가지 아홉 접시를 기본으로 제시하고, 기름진 전은 빼도 된다고 권고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난 1월 설 조사 당시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줄어들면서 명절 농식품 소비도 평소 소비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