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64% "따로 사는 친척 안 만난다"…미혼 가족 만남 49% 개선할 명절 문화 1위 '친척 간섭' 48.5%…집에서 쉰다 59.6%
올해 추석에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나겠다는 응답이 63%로 지난해 추석보다 5%포인트 떨어졌고, 20~30대에서는 52%에 그쳤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 공개한 '2026년 추석 명절 모임 및 일정 계획' 조사 결과다. 추석 가족 모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범위가 좁아졌다. 부모와 자녀만 남고 따로 사는 친척은 건너뛰는 직계형 명절이 청년층에서 먼저 굳어지고 있다.
◆ 친척 만남 47%, 30대는 64%가 "안 만난다"
같은 조사에서 이번 추석에 따로 사는 친척을 만나겠다는 응답은 4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해 추석보다 3%포인트 낮다. 가족(63%)과 친척(47%) 사이에 16%포인트 격차가 벌어진 것이 올해 명절의 윤곽이다.
세대별로 보면 격차는 더 선명하다. 30대의 64%는 따로 사는 친척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40대의 미방문 응답(52%)보다 12%포인트 높다. 40대 이상에서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나겠다는 응답이 65%를 넘는 것과도 대비된다.
혼인 여부가 가르는 선도 뚜렷했다. 미혼자 가운데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나겠다는 응답은 49%로, 기혼자(73%)보다 24%포인트 낮았다.
청년층의 친척 거리두기는 최근 한두 해 사이 생긴 변화가 아니다. 한국갤럽이 2021년 추석을 앞두고 따로 사는 가족·친척을 만날 계획이 있는지 물었을 때도 20대 응답은 40%로 가장 낮았다. 30~60대가 50% 안팎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당시에도 20대만 10%포인트가량 떨어져 있었다. 5년이 지나는 사이 그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 차례 지낸다 30%…조사 이후 역대 최저
의례도 함께 줄었다. 이번 추석에 차례나 제사를 지내겠다는 응답은 30%로 2023년 조사 이후 가장 낮았다. 추석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휴일로 여긴다는 응답은 37%로 1년 새 5%포인트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2일 내놓은 추석 성수기 과일 수급 동향 설문에서도 과일 구매자의 65.3%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차례를 지낸다는 응답은 27.3%였다.
차례가 사라지면 친척이 한자리에 모일 명분도 사라진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차례 문화가 급감하면서 친척들과 만날 유인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의례를 줄이는 흐름은 차례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데 동의한다는 응답은 55.2%로 과반을 넘겼다. 장례를 가족 중심으로 간소하게 치르는 데 동의한 비율도 58.9%였다. 친척이 모여 치르던 의례 전반이 직계 가족 단위로 좁아지고 있다.
◆ 개선할 명절 문화 1위는 '친척의 사적 질문' 48.5%
모임을 피하는 이유는 조사에 그대로 드러난다. 피앰아이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6 추석 연휴 인식 조사에서 개선이 필요한 명절 문화 1위는 친척의 참견과 사적 질문(48.5%)이었다. 부담스러운 대화 주제로는 형제·자매 등 타인과의 비교(27.9%)가 첫손에 꼽혔고 연봉·소득(26.6%), 취업(24.6%)이 뒤를 이었다.
연휴를 집에서 쉬며 보내겠다는 응답은 59.6%로 지난해 56.0%보다 올랐다. 고향 방문(40.0%)을 크게 앞선다. 18~29세의 국내외 여행 계획은 5%로 전체 평균(1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청년층은 어디로 떠나는 대신 머무르는 쪽을 택했다.
'각자 명절'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가장 최근 집계인 2023년 가족실태조사 분석 연구를 보면 부부가 각자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데 동의한 비율은 35.1%로 3년 전(29.9%)보다 5.2%포인트 올랐다. 20대는 49.1%, 30대는 42.8%였다. 70대 이상(16.6%)의 2.6배다. 미혼자 동의율은 48.2%로 배우자가 있는 응답자(30.2%)보다 18.0%포인트 높았다.
각자 명절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성별로도 갈렸다. 같은 분석 연구에서 부부가 각자 가족과 명절을 보내는 데 동의한 비율은 여성이 38.3%, 남성이 31.8%였다. 6.5%포인트 차이다. 명절 노동과 접대의 부담이 어느 쪽에 쏠려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다.
친척 사이에 오가는 말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서 도련님·아가씨 같은 가부장적 가족호칭을 고쳐야 한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45.2%로 나타났다. 명절 대화의 주제뿐 아니라 부르는 말까지 불편함의 대상이 된 셈이다.
◆ "만나야 한다" 81%…규범과 행동의 간극
모임이 준다고 명절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풍습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1%에 달했다.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나지 않는 간극이 남아 있다.
대면 교류가 끊기면 서로의 처지를 확인할 통로도 사라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친척 교류 단절이 고착되면 1인 노인가구의 정서적 고립이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를 연구하는 한 관계자는 "짧은 연휴 기간과 더불어 물가 부담이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특히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들은 취업난에 연휴를 즐길 수 없는 현실이다"라고 짚었다.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2024년 10월 내놓은 가족인식조사에서 조부모나 손자녀를 가족으로 인정한 응답은 약 50%에 그쳤다. 부모와 자녀를 가족으로 꼽은 응답이 75%를 넘은 것과 큰 차이다. 명절에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세대마다 달라진 배경이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