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법 친고죄 일원화, 직계존속 고소 금지 특례도 배제 대법원 "헌재 결정일 이후 범행부터 적용"…합의하면 공소기각
친족 간 재산범죄의 형을 일률적으로 면제해 온 형법 제328조 1항이 71년 만에 효력을 잃은 뒤 맞는 첫 추석이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친고죄 일원화 개정안을 의결해 다음 날 공포·시행했다. 달라진 것은 처벌의 유무가 아니라 처벌의 조건이다. 가족 돈을 손댔더라도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기소되지 않고, 고소하면 부모라도 법정에 선다. 갈림길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라는 시한이다.
◆ 형 면제 대신 친고죄, 부모도 고소 대상이 됐다
개정 형법은 근친과 원친의 구분을 없앴다. 친족 간 재산범죄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기소되는 친고죄로 일원화됐다. 종전에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사이의 절도·사기·횡령이 고소 여부와 무관하게 형을 면제받았다. 사건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닫혔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30일 낸 개정안 설명자료를 보면, 개정법은 형사소송법 제224조의 직계존속 고소 금지 원칙에도 예외를 뒀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부모·시부모를 재산범죄로 고소할 수 있게 한 특례다. 장물범과 본범이 근친인 경우의 감면도 필요적에서 임의적으로 바뀌었다. 법원이 감경하지 않을 여지가 생겼다.
적용 대상은 좁지 않다. 대검찰청 해설을 보면 친족상도례 대상은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권리행사방해·장물 등 재산범죄 전반이고, 강도와 손괴만 빠진다. 친족 범위는 민법 제777조를 준용해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까지다. 사돈은 들어가지 않는다.
◆ 2431만원 절도 사건, 부모 합의서 한 장에 공소기각
기준은 이미 법정에서 확인됐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부모 집에서 2431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아들 사건을 다뤘다. 법원은 개정 친고죄 규정을 소급 적용해 공소기각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부모가 처벌불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처벌의 문이 열렸지만, 그 문을 닫을 열쇠도 피해자인 부모가 쥔 셈이다.
소급 범위도 정리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종전 형 면제 조항이 형벌불소급 원칙의 대상이 아니라며 헌재 결정일부터 무효라고 판시했다. 2024년 6월 27일 이후 벌어진 가족 간 재산범죄는 개정법의 친고죄 체계로 다룬다는 뜻이다.
◆ 위헌 심판대에 올린 것은 장애인 조카의 20년 급여였다
헌재가 심판한 사건은 명절 용돈 다툼 수준이 아니었다. 돼지농장에서 20년간 일한 지적장애인 조카의 퇴직금과 상속재산을 동거 삼촌 부부가 가로챘지만, 동거친족 형 면제로 불기소됐다. 모친 명의 예금을 동생 내외가 무단 인출한 사건도 직계혈족 규정에 걸려 경찰 불송치로 끝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2022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서 동거 친족 등 가족에 의한 경제적 착취 비중은 17.9%였다. 이 수치가 헌재 결정의 주요 근거로 쓰였다.
◆ 사기 피해 10만명당 4583건, 절반이 빌려 간 돈
배경에는 재산범죄의 구조 변화가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낸 분석을 보면 인구 10만명당 사기 피해는 2016년 1152건에서 2024년 4583건으로 늘었다. 8년 만에 4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절도는 2018년 1571건에서 2024년 1252건으로 줄었다.
사기 유형에서는 차용 사기가 2024년 기준 50.3%로 절반을 넘었다. 빌려 간 돈을 갚지 않는 형태가 가족 사이에서 가장 흔한 분쟁 유형과 겹친다.
수사 여력은 반대로 갔다. 경찰청이 2024년 국정감사에서 조승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로는 2023년 지능범죄 발생이 43만2525건, 검거율은 56.3%였다. 2019년 70%에서 13.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 "6개월 고민하다 처벌 기회 영구 상실" 반론도
부작용 경고는 입법 과정에서도 나왔다. 법무부는 가족 간 모든 금전 다툼이 고소로 번지면 사법 과잉과 가정 해체 부작용이 커진다는 이유로 완전 폐지가 아닌 친고죄를 택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은 상속·증여 다툼이 형사고소로 비화해 가족 공동체 해체와 수사력 낭비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반대 방향의 한계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6개월이라는 짧은 고소기간에 가족을 고소해야 하는 점을 지적했다. 고소 시점을 고민하다 처벌 기회를 놓치는 공백이 생긴다는 우려다. 헌재 결정 이전 발생한 경과 사건의 고소 특례 시한은 지난 6월 30일 만료돼, 지금부터는 상시 친고죄 체계만 남았다.
가사·형사법 전문 한 변호사는 "가족은 가장 가까운 울타리지만 어떤 이에게는 가장 가까운 범죄의 현장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가해 가족을 용서한다면 고소하지 않고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