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여주·대천·군위·장유, 신설 합천호 양방향·월출산 중간 운영업체 배제, 평가위원 100% 외부… 12월 정식 운영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은 비싼 임대료 탓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도로공사가 중간 운영업체에서 받아 온 임대료율은 13.9%에 그쳤다. 정작 매장이 짊어진 부담은 매출의 평균 33%, 많게는 51%였다. 임대료 위에 얹힌 다단계 수수료가 밥값 거품의 뿌리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구조를 걷어내려 전국 8개 휴게소에 직계약 방식을 시범 도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중간 운영업체를 빼면 입점업체 수수료율은 8~9% 수준으로 내려간다. 기존 부담의 4분의 1이다.
◆ 돈가스 1만1454원, 6년 새 34% 올랐다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는 수치가 말해 준다. 국회에 제출된 휴게소 매출 상위 10종 음식 가격 추이 자료를 보면, 돈가스류 평균 판매가는 2020년 8천532원에서 올해 8월 1만1천454원으로 34.2% 뛰었다. 10종 가운데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비빔밥류도 같은 기간 8천214원에서 1만68원으로 22.6% 올라 1만원 선을 넘었다. 간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호두과자류는 4천236원에서 5천420원으로 28.0% 올랐다.
값은 올랐지만 장사는 뒷걸음쳤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총매출은 2023년 1조4천50억원에서 지난해 1조3천667억원으로 줄었다. 비싸서 안 사 먹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신호다.
◆ 매출의 3분의 1이 수수료로 빠졌다
기존 구조에서는 도로공사가 운영업체에 휴게소 전체를 맡기고, 운영업체가 다시 개별 매장을 들였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운영 개편방안을 보면 이 과정에서 매장이 내는 돈은 공사 몫보다 훨씬 커졌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빼고 남는 몫이 얇으니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입찰 방식도 문제로 지목됐다. 임대요율을 높게 써낸 곳이 들어오니 높은 수수료가 곧 높은 판매가로 넘어갔다. 도로공사는 앞으로 입점 심사에서 고액 임대료 경쟁 대신 맛과 가격을 함께 보는 종합평가를 적용한다.
◆ 여주·대천·군위·장유에 합천호·월출산 추가
직계약 대상 8곳은 이미 운영 중인 휴게소 4곳과 신설 휴게소 4곳이다. 운영 중인 곳은 영동선 여주(인천 방향), 서해안선 대천(양방향), 중앙선 군위(부산 방향), 남해선 장유(서부산 방향)다.
신설 대상은 함양울산선 합천호 양방향과 월출산 휴게소다.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에 고르게 안배해 지역별 효과를 견줘 보겠다는 구상이다.
입찰 규칙도 손봤다. 사업규격서에 따르면 공고일 기준 3년 이내 퇴직자나 임직원 직계가족이 대표인 법인은 입찰에서 빠진다. 서비스 이행 능력을 따지는 평가위원회는 100% 외부 전문가로 꾸린다.
◆ 로봇셰프 20% 인하, 개방형 휴게소도 병행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는 직계약 말고도 있다. 조리 로봇을 들인 코너의 음식값은 기존 메뉴보다 약 20% 싸다. 2024년 문막휴게소에 도입된 로봇셰프 시스템은 13개 메뉴를 동시에 다루며 라면과 우동을 2분대에 내놓는다. 심야 인건비 부담을 던 만큼 값을 내렸다.
휴게소를 고속도로 이용자 전용 공간에서 지역 시설로 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토부의 개방형 휴게소 조성 계획에 따른 목표는 모두 11곳이다. 전북 정읍휴게소는 뒤쪽 진입로와 주차장, 직거래장터를 갖춰 주민에게 개방됐다. 마지막 대상인 남해고속도로 섬진강휴게소 양방향은 오는 12월 준공된다.
◆ 수수료 인하분, 소비자 가격으로 갈까
낙관만 하긴 이르다. 휴게소 운영업계에서는 기존 위탁 계약의 잔여 기간이 남아 전국 200여 곳으로 넓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는 장기 계약이 유효한 민간 위탁 휴게소를 직계약으로 강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낮아진 수수료가 판매가로 내려오지 않고 입점업체 마진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4년 국토교통부 조사 기준 전국 236개 휴게소 가운데 100곳(42.4%)이 준공 20년을 넘겨 시설 개선 비용이 따로 드는 점도 변수다.
도로공사는 8곳의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12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공공 직계약 방식으로 운영 구조가 개편되면 입점매장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음식 판매가격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와 교통물류학계는 인하분이 실제 판매가에 반영되는지 확인할 사후 점검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