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현지 지키기'?…인사 참사 여파 강훈식 사의, 쇄신 칼끝 어디로 [금주의 이슈]

입력 2026-09-21 13:59:00 수정 2026-09-21 1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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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김현지. 연합뉴스
강훈식, 김현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 시스템 재점검을 선언한 지 사흘 만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강훈식 실장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스스로 인사위원장 임무를 표명했던 강훈식 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돼온 것은 사실이다.

◆"재점검" 선언 사흘 만 비서실장 사의

시간 순서를 놓고 보면 청와대 '인사 쇄신' 과정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논란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부분은 자신의 부족이라며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말이 지나고 21일 오전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대통령이 재점검을 언급한 순간 이미 검토는 시작됐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 이름으로 지명과 임명이 되지만 그전에는 인사위원회와 인사위원장의 책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시간 뒤 인사위원장인 강훈식 실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진 것.

'청와대 인적 쇄신 신호탄'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강훈식 실장이 낸 사표가 수리될 경우 적어도 공식 인사 시스템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는 갖춰지는 셈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신호탄' 다음 타깃은?

그런데 인적 쇄신의 탄환은 강훈식 실장 한 명이 물러나는 걸로 끝나는 걸까, 아니면 연속해서 쏘아질까.

한 발로 끝난다면 그림은 명확하다. 대통령비서실장이자 인사위원장인 강훈식 실장이 '종합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으로 공식 인사라인의 책임을 매듭짓는 셈이다.

그러나 쇄신이 공식 직제 밖에서 제기돼온 '비공식 영향력' 의혹까지 향한다면, 다시 등장하는 이름이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강훈식 실장 사의 소식이 나오기 전에도 김현지 실장이 이번 개각에 실제 관여했는지 국정감사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다만 현재까지 김현지 실장이 용혜인·김승원 전 후보자의 추천이나 검증을 실제 지휘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의혹일 뿐"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결국 강훈식 실장으로 쇄신이 끝날지, 김현지 실장의 실제 역할에 대한 설명까지 이어질지가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인사 시스템 재점검'의 범위를 가늠할 다음 관전 포인트다.

2023년 4월 24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이 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고충 접수센터 현판식 참석 후 국회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4월 24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이 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고충 접수센터 현판식 참석 후 국회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선우부터 '현지 누나'까지…인사 때마다 등장한 김현지

사실 김현지 실장을 둘러싼 '인사 실세' 논란은 이번 개각에서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출범 초기인 지난해 7월 보좌진 갑질 논란에 휩싸인 강선우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김현지 당시 총무비서관이 직접 연락한 의혹이 알려졌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후 국정감사에서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김현지 실장에게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과정이었다는 설명과 별개로, 야권에서는 당시부터 "왜 총무비서관이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관여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대통령실 인사·예산 등을 담당하던 총무비서관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제1부속실장으로 이동해 주목됐다. 때마침 야당이 김현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던 시기여서 '국감 회피용 인사'라는 공세가 나왔다.

이어 12월에는 보다 직접적인 장면이 나왔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김남국 당시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요청하자, 김남국 비서관이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문자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실제 추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고 김남국 비서관은 결국 사퇴했지만, 공식 인사위원장인 강훈식 실장과 김현지 실장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하면서 '인사 실세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올해 1월에는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공천헌금 의혹 탄원서가 과거 이재명 당대표실의 김현지 당시 보좌관에게 전달됐다는 이수진 전 국회의원 주장이 나왔다. 이수진 전 의원은 김현지 실장이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녹취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역시 주장에서 사실 확인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 8월 30일 김승원 법무부·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한 2기 내각 인선이 발표된 뒤 김현지 실장의 이름이 다시 인사 논란에 등장했다. 나흘 뒤인 9월 4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출신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이 JTBC 유튜브 방송 준비 과정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인사라인이 김현지잖아"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서용주 소장은 이후 "항간의 풍문을 농담으로 한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한 발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러나 이후 혜인·김승원 전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이 발언은 야권에 의해 다시 소환됐다.

확인된 사실과 정치권의 의혹 제기가 뒤섞여 있지만, 중요한 점은 인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김현지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해왔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반복돼 이름이 거명되는지 국민들은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훈식 다음은 누구?…'내부 수습형'이냐 '외부 수혈형'이냐

강훈식 실장의 사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또 하나의 관심사는 후임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아직 특정 인물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후임의 출신과 성격 자체가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인적 쇄신을 어디에 방점을 찍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갑작스러운 교체 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무게를 둔다면 청와대 사정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잘 아는 내부 인사를 끌어올리는 '수습형' 인사가 가능하다. 대통령비서실장은 각 수석과 부처, 여당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위기 국면에서는 별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 없는 인물이 유리하다는 논리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2023년 김대기 비서실장 교체 때 당시 이관섭 정책실장을 곧바로 비서실장으로 이동시킨 전례가 있다.

반대로 이번 사의를 청와대 분위기 자체를 바꾸는 인적 쇄신으로 규정한다면 여당 정치인이나 청와대 밖 인사를 새로 수혈하는 선택지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2기 청와대로 전환하면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당시 주중대사였던 노영민 전 의원을 불러들인 것처럼,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는 유지하면서도 '새 얼굴'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