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 조사' 대구 농업인 한숨…"지방 현실 반영을"

입력 2026-09-21 18:41:47 수정 2026-09-21 18: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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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4만여 필지 부적합 의심…강제 매각·과징금 우려 목소리
"거래 얼어붙었고 땅값 반토막 지방 농촌 현실 정부가 살펴야"

추경호 대구시장이 21일 산격청사에서
추경호 대구시장이 21일 산격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대구시 제
경북의 한 농촌에서 도지 경작을 하고 있는 한 농업인이 자신이 농사를 지은 논을 바라보고 있다. 윤영민 기자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면서 강제 매각이나 대출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촌 현장에선 거래 절벽과 토지 가격 급락, 농협 부실, 청년 농업인의 위기 등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방 농촌 현실 반영해야

대구시는 21일 시청 산격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한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농업인들은 농지 투기를 막고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한다는 조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방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지역 농지는 모두 19만7천219필지, 1만7천954㏊ 규모다. 이 가운데 농지가 집중된 달성군과 군위군은 전체 12만3천여 필지 중 4만2천400여 필지가 부적합 의심 농지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황경동 대구시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달성군 다사읍의 경우 2022년 평당 70만~80만원에 거래되던 토지가 지난해에는 40만~5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거래 자체가 안 된다"며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사람도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농민들은 농지 가격 하락이 농협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농지 임대차와 과징금, 대출 문제 등을 현장의 상황에 맞게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간담회에서 "선의의 지역 농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논의 사항을 잘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고, 조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당정 "관행 위반은 양성화"

농림축산식품부와 더불어민주당도 2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후속 조치 계획을 확정했다. 당정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짓 영농계획서 제출 후 무단 휴경·불법 임대, 농업법인 설립 후 부동산업 영위, 경매를 통한 공유지분 취득 후 무단 휴경·불법 임대를 3대 투기 유형으로 규정했다.

투기가 아닌 위반은 자진 정비 기간을 준 뒤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을 유예한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정부가 농지를 강제로 매입할 수는 없다"며 "소유자가 원하면 한국농어촌공사가 매입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보해뒀다"고 설명했다.

상속농지는 1㏊까지 사인 간 임대차가 허용되지만 초과분은 농지은행에 위탁해야 한다. 농지를 맞바꿔 짓거나 마을 농지를 한 사람이 모아 경작하는 관행적 임대차도 위탁을 거치면 실경작자가 그대로 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 임차인 퇴거 등 혼란을 막기 위해 임대차 특별정비기간도 11월 15일까지 연장했다.

불법 전용 농지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사후 양성화를 추진한다. 신고·허가 없이 지어진 시설은 유형별로 사후 전용을 신청하고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면 추인받아 합법화된다. 당정은 이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해 내년 1분기 시행하고, 2분기 농지법 본법 개정안도 낼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는 출발점"이라며 "선의의 농업인에게는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니 불안해하지 말고 조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의 한 농촌에서 도지 경작을 하고 있는 한 농업인이 자신이 농사를 지은 논을 바라보고 있다. 윤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