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보다 주민센터가 '남는 장사'
내년부터 전국 300세대 이상 아파트 등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에서 우유팩을 비롯한 종이팩을 다른 폐기물과 따로 배출해야 한다. 오는 10월 약 14만4천동에서 자율 시행한 뒤 내년 1월 1일부터 의무화한다.
종이팩은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재활용 가치가 높은 자원이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버리지 않고 직접 모아 고물상에 가져가면 소소하게나마 생계에 보탬이 될까.
◆가치는 높은데…고물상 현금화는 별개
결론부터 말하면 가정에서 나오는 우유팩만 모아 현금 수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국환경공단은 매달 폐지·폐플라스틱 등 26개 재활용가능자원의 시장가격을 조사하지만, 종이팩은 신문지나 골판지처럼 개인이 참고할 만한 별도의 전국 공통 매입시세가 형성된 품목은 아니다. 고물상이나 수거업체별로 취급 여부와 조건도 다르다.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한 올해 8월 사업자 거래가격은 신문지 전국 평균 1kg당 125.9원, 골판지 91.2원 수준이다.
종이팩의 원료 가치가 높다고 해서 고물상이 일반 소비자에게 그만큼 높은 가격을 지급한다는 의미는 아닌 셈이다.
◆1kg 만들려면 1L 우유팩 약 36개
더 큰 문제는 무게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종이팩 1kg은 1L 또는 500mL 팩 약 36개에 해당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씻은 뒤 말려서 한 달 넘게 모아도 일반 가정에서는 몇 kg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설령 kg당 수백원을 받을 수 있는 수거처를 찾더라도 운반과 세척·건조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폐지를 주워 파는 것'과 같은 생계형 수익 모델로 삼기에는 효율이 낮다.
◆차라리 주민센터 가져가면 화장지·봉투
개인이 우유팩으로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얻고 싶다면 고물상보다 지자체 교환사업이 현실적이다.
서울시는 종이팩을 깨끗이 씻고 말려 펼친 뒤 동주민센터에 가져가면 1kg당 화장지 1개 또는 종량제봉투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교환 품목과 기준, 운영 여부는 자치구마다 다르다.
일부 지자체는 더 적극적이다. 안동시는 종이팩 1kg을 갑티슈 1개로 교환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단체가 수거한 종이팩에는 1kg당 500원의 수집보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개인 대상 현금 보상 여부는 각 지자체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말 돈 만들려면 '내 것' 말고 대량 수거해야
수익성을 높이려면 가정에서 마신 우유팩을 모으는 수준을 넘어 카페·학교·어린이집 등 대량 배출처와 연결돼야 한다.
실제 서울의 종이팩 자원순환 사업에 참여한 어린이집 712곳은 1년간 약 11t을 모았다. 가장 많은 양을 수거한 어린이집 한 곳은 558kg을 기록했다. 개별 가정과는 물량 자체가 다르다. 즉, 흔한 말로 '업자의 영역'인 셈이다.
결국 우유팩은 '비싼 쓰레기'라기보다 제대로 모였을 때 가치가 커지는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 몇십 개씩 모아 고물상에 파는 것만으로 생계를 보탤 정도의 돈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버리던 우유팩을 주민센터에서 화장지나 종량제봉투로 바꾸는 정도라면 불경기 생활비를 조금 아끼는 '티끌 모아 태산'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