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는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추경호 시장이 직접 지역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섰다. 농촌 현장에선 거래 절벽과 토지 가격 급락, 농협 부실, 청년 농업인의 위기 등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구시는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과감없이 전달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겠다고 전했다.
추 시장은 2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관련 농업인 간담회'에서 "선의의 지역 농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논의 사항을 잘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고, 조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한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를 진행했으며, 8월부터는 현장 확인을 중심으로 한 심층조사에 들어갔다. 올해 조사는 12월까지 진행된다.
대구 지역 농지는 모두 19만7천219필지, 1만7천954㏊ 규모다. 이 가운데 농지가 집중된 달성군과 군위군은 전체 12만3천여 필지 중 4만2천400여 필지가 부적합 의심 농지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농업인들은 농지 투기를 막고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한다는 조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방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경동 대구시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달성군 다사읍의 경우 2022년 평당 70만~80만원에 거래되던 토지가 지난해에는 40만~5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거래 자체가 안 된다"며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사람도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창섭 대구농협운영협의회장(현풍농협 조합장)은 농지 가격 하락이 농협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경매에서도 농지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고, 농지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기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구 24개 농협 가운데 14곳이 적자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고령·청년 농업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영섭 한국농촌지도자회 대구시연합회장은 "비료와 농자재 가격 상승에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농업인의 생업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투기 목적의 농지는 막아야 하지만 농민에게 필요한 세금과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한국여성농업인 대구시군위군연합회장은 고령 농업인의 현실을 고려한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고령 농업인 가운데 농사를 짓지 못해 휴경하는 경우도 있고, 자녀들이 주말에 농사를 돕는 사례도 있다"며 "소규모 농가와 고령 농업인을 보호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성배 한국후계농업경영인 대구시연합회장은 "농민들이 투기꾼으로 내몰리고 농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며 "농지 임대차와 과징금, 대출 문제 등을 현장의 상황에 맞게 살펴봐야 한다. 이대로라면 과징금 4번만 내면 주인이 바뀐다"고 말했다.
청년 농업인들은 농지 가격 하락과 담보가치 하락으로 시설 투자까지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고헌 대구시4-H연합회 통합회장은 "청년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빚을 내는데, 땅값이 떨어지면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농지 은행이 매입하는 농지가 늘어난다면 대구시가 물량을 확보해 청년 농업인과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