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이재명 정부가 국정 기자회견을 했다. 사실상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었다. 현 정부의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기획된 회견이었지만 정권 출범 1년 3개월여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이 출범 중·후반에서야 측근이나 가족 비리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과 대비된다.
이 대통령은 전통적인(코어) 지지층에 구애를 했지만 의도와 달리 회견은 범여권이나 좌파 내부로부터도 혹평을 받으면서 여권 내부가 자중지란(自中之亂) 상황이다.
회견이 좌·우 양측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진영(陣營) 입장에 매몰된 채 국정 수행의 대원칙과 실행 방식을 갖고 국민에게 호소하지 않은 탓이다. 이른바 국리민복(國利民福)에 대한 방향과 정책 제시 없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언어'만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국정 핵심 화두는 '실용(實用)'이다. 정치적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의 삶과 국익을 기준으로 정책을 펼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와,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만 논하고, 실제 인간이 사는 양상을 직시하지 않는 자는 현재 가진 것을 보전하는 것은 고사하고 모든 것을 상실하여 파멸로 향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고 을러댔다.
꿈꾸는 세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더 고달파지고 있는 국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용정부라더니 현실과 민심은 왜 거꾸로 가는가. 문제는 말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과 결과다.
실용은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여러 정책을 보노라면 과연 이것이 진정한 실용정부의 모습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실용 정치의 첫 번째 기준은 '내 편에 유리한가'가 아니라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는가'여야 한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용(失用) 국정은 부동산 규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채택, 진영과 특정 목적을 위한 각료 인선, 농지 소유주와 임차농을 몰락시키는 농지 조사, 노조 중심의 기업 정책, 호르무즈 파병 등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정책 대부분이 해당된다.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이다. 특히 청년과 무주택자에게 집값은 단순한 자산 문제가 아니라 결혼과 출산, 미래 설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봐 왔듯이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만 반복한다고 해서 주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는 왜 수요가 몰리는지, 왜 공급이 부족한지, 왜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 문제를 투기꾼과 다주택자의 문제로만 규정하면서 현 정부는 시장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내가 몇 년 뒤에도 이 집에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가" "내 아이에게 내 집을 마련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실용 정부라면 '정책 수정'도 유연해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시행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때 정책을 고칠 수 있느냐이다.
이미 문제가 된 정책을 정치적 이유로 고집한다면 그것은 실용이 아니라 독선이다. 정책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결국 실용의 기준은 국민의 삶이다.
또 실용은 좌·우의 중간에 서는 것이 아니다. 현실 앞에 서는 것이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것이 어느 진영의 정책이든 비판받아야 한다. 반대로 좋은 정책이라면 상대 진영이 추진한 정책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실용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실용 정부'가 단순한 정치적 브랜드로 남을지, 아니면 실제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자리 잡을지는 정부가 현실의 목소리와 시장의 신호, 그리고 민심을 얼마나 겸허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은 구호보다 결과를 기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