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듣고만 있었다'…경주시장은 경북의 지자체장 아닌가

입력 2026-09-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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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통합을 둘러싼 대구와 울산의 본사 유치전이 한창인 가운데 경북 경주시장의 처신(處身)이 논란이다. 울산시는 지난 17일 주낙영 경주시장이 김상욱 울산시장과 면담하며 에너지자원공사(가칭) 울산 유치에 공감하고 응원의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경주시는 사실이 확대 해석됐다며 수습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이튿날 "듣고만 있었는데 동의로 받아들였다니 당황스럽다"고 했고, 주 시장도 19일 "동의한 바도 없고, 입장 표명을 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주 시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울산 측 발표가 사실이라면 경북의 기초단체장인 경주시장이 대구 핵심 공공기관을 두고 경쟁 도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본인 해명이 맞다 해도 마찬가지다. 울산시장이 자기 도시의 유치를 주장하는 자리에서 경북의 지자체장이 침묵하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활용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울산시장은 경주시가 뜻을 모아줘 감사하다고 했다.

'듣고만 있었다'는 해명은 면죄부(免罪符)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선을 긋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경북도 행정부지사까지 지낸 인물이라 더욱 실망스럽다. 이후 대응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 않은 말이 발표되고 보도까지 됐다면 즉각 항의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박도 하루이틀 뒤에야 나왔고, 정정 요구도 확인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울산과 맺은 해오름동맹 협력을 위해 논란이 더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논란 전날인 16일, 대구시의회는 성명을 내고 통합 공사 본사는 대구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통합의 중심은 가스공사여야 하고 본사도 대구에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시도는 국회에 계류 중인 행정통합 특별법의 9월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대구경북의 중요한 현안임을 알면서도 침묵했다면 주 시장이 경북의 지자체장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