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정욱진] '추(秋)·석(錫)' 남매

입력 2026-09-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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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秋夕)을 앞두고 요즘 정가에선 '추(秋)·석(錫)' 남매가 소환되고 있다. 이 남매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말한다.

최근 김 대표가 추 지사를 연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들 남매 얘기가 등장한 것이다.

불은 추 지사가 먼저 지폈다. 지난 12일 추 지사는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해 "대통령은 왜 이들(내란) 세력에게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인가. 이곳에 와서 빌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검사 출신 김지용 변호사를 지명한 것을 정면 겨냥한 발언이었다. 추 지사는 특히 16일에는 김 후보자를 '나치의 아이히만'에 빗대며 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집권 초기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기조를 이 정도 수위로 비판한 사례는 드물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도를 넘어도 너무 세게 넘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도 엑스(X)에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런 추 지사 비판 대열에 가장 강하게 나선 이가 김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공천받을 때까지만 당에 잘 보이고 끝나고 나면 제왕이 돼버리는 단체장을 두는 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볼 때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하는 사람은 재공천되고 그렇지 않으면 재공천 꿈도 못 꾸는 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정부를 정당이 감찰하고 견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추 지사를 직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에도 김 대표는 "안팎의 세력이 힘을 합쳐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려던 전조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당시 '노무현 탄핵'에 찬성했던 추 지사를 겨냥한 말이다. 절대 금기어인 '탄핵'이라는 말까지 들춰내며 추 지사를 비판한 것이다.

원래 DJ(김대중 전 대통령) 아래서 정치를 시작한 김 대표와 추 지사는 막역한 사이였다. 특히 김 대표가 18년 야인 생활을 하며 창당한 '마포 민주당'을 추 지사가 민주당 당대표 시절인 2016년 9월 사실상 흡수 합당하면서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

생태계에는 '빈틈'(니치·Niche)이라는 개념이 있다. 강한 종들이 먼저 영역을 차지하고 그 이후 발생하는 빈 공간을 다른 누군가 메우려는 움직임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추·석 남매'의 빈틈은 취임 직후 70%대를 향했던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를 바라보는 형국이 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 속에서 벌어지는 내부 권력 다툼은 정치 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인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여권 지지층에 대한 메시지에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제1 민주당원"이라면서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고, 이재명의 동지들"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강성 지지층 이탈로 판단하고 이들을 달래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이번 추석 밥상에서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속에 빈틈을 차지하려고 벌이는 여권 지지층 내부 분란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