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발 드론 공격…'호르무즈 우회로' 동서 파이프라인 중단
후티 '홍해 길목' 파죽지세 장악…양대 바닷길 경색
이란과 동맹 세력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요충지를 장악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육상 송유관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외교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웃 걸프 국가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회해 대체 수송망을 가동해왔으나 홍해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 반군의 파상 공세에 이어 핵심 육상 수송로인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피격되는 3중 압박에 직면했다.
◆사우디 송유관 피격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 에너지부는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을 지나는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이 지난 10일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예방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이라크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 총리실은 "12일 0시를 넘긴 시각 해당 드론이 자국 영토에서 발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격 배후를 추적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이란 '저항의 축'의 핵심인 후티 예멘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주요 요충지를 빠르게 장악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후티는 홍해 연안의 주요 항구인 모카를 장악한 지 하루 만인 이날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까지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윤섬으로도 불리는 페림섬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자리해 해협의 물길을 나누는 전략 거점이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사우디는 동쪽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서쪽 홍해로 향하는 원유 수송로까지 가로막히게 된다.
이란 입장에서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은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줄어들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미국과 사우디를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미국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소 두 차례 전화해 후티와의 전투를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미국은 일단 빈살만 왕세자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집중한 상황에서 후티와의 새로운 전선을 만들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도 최근 후티 반군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을 주시하며 사우디 및 예멘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전황에 따라 미국과 이란은 물론, 사우디와 이라크까지 충돌에 휘말리며 중동 전쟁이 한층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예멘 정부군 반격…중동 주변국 충돌 위기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장악력을 키워가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도 요충지 탈환을 위한 반격에 나섰다.
주요 거점에 피해를 보자 후티도 사우디 남부 군사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란 전쟁 여파가 주변국 충돌로 계속 번져가는 형국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예멘 관영 사바 통신은 예멘 정부군이 12일(현지시간) 홍해 모카 항구 인근에서 후티의 차량과 무기를 파괴하고 조직원들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사바 통신은 정부군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모카 항구 인근의 목표물도 타격했다고 전했다.
예멘 정부군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예멘 공군이 타이즈 지역 내 테러 집단 후티 반군 거점과 병영을 세차례 공습했다"고 밝혔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홍해에서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세력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수니파 맹주 사우디는 2014년 시작된 예멘 내전 초반부터 개입했으며 지금도 예멘 정부군을 돕고 있다.
정부군과 사우디의 공격이 지속되자 후티도 맞대응에 돌입했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저녁 국경 인근 자잔 지역에 후티 반군의 발사체가 떨어져 2명이 다치고 모스크 등 여러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