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든타임, 도시재생에서 답을 찾아보자

입력 2026-08-28 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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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정 대구 북부소방서 구급대원

최휘정 대구 북부소방서 구급대원
최휘정 대구 북부소방서 구급대원

대구광역시 인구는 약 235만 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에 있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심정지, 뇌경색 등 중증 응급 환자의 발생 빈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구시 119구급출동의 약 60%가 60대 이상 고령층 환자에게 집중되고 있을 만큼, 응급 의료 수요의 체질 자체가 완전히 변했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119안전센터의 배치는 이러한 인구 구조와 도시 환경의 변화를 기민하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구 밀집도와 출동 건수, 실제 출동 거리를 고려한 효율적인 구급대 재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그 심각성은 대구의 최전선 소방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대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달서구와 면적이 광활한 달성군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두 지역의 합산 인구는 약 77만 명, 합산 면적은 무려 490.91㎢(달서 62.37㎢, 달성 428.54㎢)에 달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인구와 방대한 영토를 책임지는 119구급차는 달서소방서(6대), 강서소방서(5대), 달성소방서(6대)를 모두 모아도 단 17대에 불과하다. 구급차 1대가 평균 4만 5,000명의 시민과 서울 면적의 80%에 육박하는 공간을 동시에 커버해야 하는 숨 막히는 구조다. 달서구의 폭발적인 인구 수요와 달성군의 지리적 거리 장벽이 겹치면서, 현장의 구급차 공급은 상시적인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대구 지역 내 구급서비스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신천119안전센터가 동대구역 중심부에서 벗어나며, 기존 신천 119구급대가 담당하던 신천동과 신암동 일부의 구급 수요가 대현119안전센터와 복현119지역대로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업무 부담이 늘어난 것은 물론, 출동 거리가 멀어지면서 재난이나 응급 상황 시 신속한 초기 대응과 골든타임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치솟는 부지 가격과 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해 신설되거나 이전하는 소방 관서들이 점차 중심지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전한 동부소방서가 중심지에서 멀어졌고, 향후 신설될 남부소방서 역시 도심 외곽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구급차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방서마저 외곽으로 밀려나면, 도심은 출동 수요 과부하로, 외곽은 늘어난 이동 거리로 인해 '골든타임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관할 구역 내 구급차가 동시에 모두 출동해 버려 정작 내 집 앞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출동할 차가 단 한 대도 남지 않는 이른바 '구급차 전멸 현상'이 도심 한복판에서 잦아질 것이다.

초응급 환자에게는 1분 1초가 생사(生死)를 가른다. 대형 소방차가 필요한 화재진압 부서와 달리, 구급대는 구급차 한 대의 주차 공간과 최소한의 대기실, 비품 창고만 있으면 충분하다. 굳이 넓은 부지의 안전센터에 묶여 외곽으로 밀려날 이유가 없다. 이제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구급 출동의 효율성을 위해 119안전센터의 '화재'와 '구급' 기능을 분리하여 재배치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도심 속 '공실 빌딩'을 구급대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 등으로 대구 도심과 부도심 빌딩 상층부의 공실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유휴 공간을 임차하여 구급대 전용 '119 미니 스테이션'을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센터 신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도심 내 구급 서비스의 밀도를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17대의 구급차라는 한정된 자원으로 77만 명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달서·달성 지역 같은 곳에 이러한 미니 스테이션을 도입한다면, 기계적 공간 배치의 한계를 깨고 구급차의 기동성과 공급 효율을 극대화하여 도심의 구급차 전멸 공백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인구 밀집 지역과 교통정체 구간에 구급대를 촘촘히 전진 배치한다면 출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소방서에서 출발해 여러 개의 교차로를 지나는 것보다, 동네 한복판 빌딩에서 출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훨씬 빠르고 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도 미연에 방지한다.

또 특정 안전센터에 집중되던 구급 수요가 지역별로 분산되면 구급대원들의 과도한 출동 부담과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적절한 휴식과 업무 강도의 균형은 현장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져, 시민이 받는 구급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도시 재생과 범죄 예방의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비어 있는 건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 이곳에 119구급대가 들어서면 죽어가는 동네 상권에 활기가 돌고, 24시간 상주하는 대원들 덕분에 자연스러운 치안 감시 효과까지 얻게 된다.
소방력이 마을 안으로 스며들어 지역 사회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는 셈이다.

대구는 '메디시티'를 표방하는 의료 도시다. 행정구역 단위의 기계적 배치를 넘어, 인구 밀도 대비 부족한 구급차 공급 문제를 공간 효율성으로 극복하는 이 시스템은 대구형 스마트 응급의료 체계의 선도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홍보한다면 의료 도시 대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의료 관광 및 관련 산업 연계를 통해 성장이 둔화된 대구의 경제를 살리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119안전센터의 가치는 건물의 위용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내 곁에 오는가'로 증명된다. 대구시가 발상을 전환해 도심의 빈 공간을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면, 예산 절감과 시민 안전, 지역 상생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전국 최고의 안전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