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보는 고사성어]<35>내홍(內訌), "집단이나 조직 안에서 자기들끼리 일으킨 분쟁"

입력 2026-08-2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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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여야 내홍(內訌) 격화, 민주당 '신천지 파장' 내홍(內訌), 국힘 '징계 정국' 내홍(內訌)…".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래저래 내홍으로 얼룩져있다. 역사는 돌고 도는가. 그야말로 조선시대의 사색당파(四色黨派) 싸움을 보는 듯하다.

내홍(內訌)은, "안 내, 어지러울 홍"으로, "집단이나 조직 안에서 자기들끼리 일으킨 분쟁"을 말한다. 내분(內紛), 내란(內亂), 내쟁(內爭)과 같고,내홍(內鬨・內哄) 또는 홍쟁(訌爭)이라고도 한다. 홍은 '무너지다, 어지럽다'의 궤(潰)나 '떠들썩하다'의 홍(鬨, 哄)과 통한다.

내홍이란 말은 『시경(詩經)』 「대아(大雅)」의 「소민(召旻)」에 나온다. 소민의 '소'는 주나라의 창업을 도운 충직한 신하 '소공(召公)', '민'은 '민망하게 여기다'(=憫)의 뜻이다. 주나라 유왕(幽王)의 실정(失政)에 대해 그 신하 범백(凡伯)이 소공 같은 인물이 없음을 풍자한 시(詩)이다.

즉 "천강죄고(天降罪罟 하늘이 죄의 그물을 내리니), 모적내홍(蟊賊內訌 해충이 서로 해치듯 내홍이 일어났다)". 정치가 무너진 탓에 하늘이 벌을 내렸는데, 내부에서 해충 같은 자들이 서로 물고 뜯는 싸움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모적'은 보통 국가나 백성의 재물을 좀먹는 탐관오리를 일컫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정자가 정치를 잘못하면, 나라를 뜯어먹으려는 좀 벌레 같은 인간들이 득실댄다. 먹다 먹다 먹을 게 없으면 제 편마저 서로 잡아먹는다.

내홍은 우리 전통 사료나 문집에 상당량 확인된다. 특히 '내홍'에다 <외란(外亂)-외궤(外潰)-외우(外虞)-외욕(外辱)-외구(外寇)> 같은 바깥의 어지러움을 뜻하는 글자와 짝짓는 경우가 흥미롭다. 예컨대 『고려사절요』권3 「현종원문대왕(顯宗元文大王)」에서는 "반역하는 신하가 난리를 꾸며 일으키고, 강한 적들이 침략해 오니, 내홍에다 외란이다(逆臣構亂, 强敵來侵, 內訌外亂)"라고 하였다. 『계해정사록』/『백호전서』/『속잡록』 등에는 「외궤내홍(外潰內訌)」이, 『낙전당집』 등에는 「외우내홍(外虞內訌)」이, 『창계집』 등에는 「내홍외욕(內訌外辱)」이 보인다.

그런데 『도암집』권30 「절도사증찬성이공신도비(節度使贈贊成李公神道碑)」에서는 "안쪽의 분쟁과 바깥에서 오는 적은 참으로 두 가지 일이 아니네(內訌外寇, 諒非二事)"라며, 의미 있는 말을 한다. 이것은, '내홍 대 외란…'이라는 내외의 구분이 자칫 양자를 별개 사건으로 오인할 여지를 남기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서로 밀접한 연관 속에 있음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안쪽이 소란해지면 바깥이 침입해오고, 바깥이 공격해오면 안쪽에 분란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굳이 문제의 선후를 따지라면, 안으로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게 먼저라고 본다. 어떤 외부로부터의 타격보다도 내부적 원인에서 조직・집단은 슬슬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우리 근대기의 사료를 보면 엄청난 양의 내홍 관련 기사가 보이는데, 『개벽』제37호(1923.7.1.)에 이런 내용이 있다. "아조선인(我朝鮮人)의 내홍으로 도처에서 제반 사업이 조선사람 제 손으로 절멸케 한 전례가 허다함으로…."

그렇다. 외란 보다도 내홍이 문제다. 더구나 내홍은 밖의 적 때문이 아니라 아군 내에서 일으킨 싸움이기에, 제 식구끼리 서로 물어뜯는 그 정신적 상처가 깊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죽도록 싸우고 싶다면, 한 번쯤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과연 피 터지게 싸워서 뭘 얻겠다는 건가?" 삶은 끝없는 싸움이나 모든 싸움은 다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