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숨은빛 청년에게 과연 빛이 날까?

입력 2026-08-28 11: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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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1대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네이밍. 출처: 경기도미래세대재단
-1,013:1대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네이밍. 출처: 경기도미래세대재단

경기도미래세대재단이 '고립, 은둔 청년'에 대한 리네이밍 공모전을 열었다. 총 3,039건의 제안작 중 '숨은빛청년'이 대표 명칭으로 선정되었다. 광고에서 가장 힘든 영역이 바로 '네이밍'이다. 그것의 아이덴티티를 끝까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주 적은 글자만을 이용해 대상을 규정지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이름을 짓는 일은 누군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기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네이밍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숨은빛 청년에게 빛이 날까?'

의도는 알겠다. '고립되어 있는 청년들을 세상으로 나오게 하자'라는 의도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누군가를 거지라 부르면 거지처럼 행동하고

누군가를 왕이라 부르면 왕처럼 행동한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은둔하는 청년들에게 저런 이름을 붙여주면 그 생활이 더 지속될 것 같다는 것이다.

'나는 빛나는 청년인데, 단지 숨어 있을 뿐이야'라는 생각에는 '조금 더 숨어 있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따라올 것 같다.

통장에 돈은 없고, 부모님은 늙어가고, 생활고는 더 심해지더라도 자신의 이름이 빛나는 청년이기 때문이다. 그럼 네이밍을 할 때, 무엇이 중요할까?

나의 경험담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몇 해 전, 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의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내 역할은 광고에 대한 강의를 5회 하는 것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내 수업을 수료한 청년들에게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충전된 카드가 지급되는 게 아닌가. 그것도 5회의 수업 중에 2회까지는 빠져도 카드가 수령에 전혀 지장이 없는 규정이었다.

100만 원을 벌기 위해 청년들이 알바를 해야 한다면 며칠을 일해야 할까

청년들이 창업을 해 100만 원 매출을 올리려면 어떤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까?

그만큼 100만 원은 청년들에게 큰 금액이다.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니 청년들에게 이보다 달콤한 정책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청년들의 태도였다. 두 번의 결석이 허용되니 굳이 5회 수업을 다 들을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2회 결석을 하고 정확히 3회만 수업 참석을 했다. 놀라운 건 마지막 수업 때는 결석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100만 원이 든 카드를 수령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강사료를 받았다. 하지만 씁쓸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동시에 '이건 절대 청년들을 사랑하는 정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은빛청년'이라는 네이밍이 그런 것 같다. 청년을 사랑하는 네이밍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친동생이라면, 나의 친자식이라면, 과연 그들을 '숨은빛청년'이라고 이름 지어줄 수 있을까?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가족이라면 진짜 사랑하는 존재이니까.

결국 좋은 네이밍은 달콤한 단어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그 이름을 가질 존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빛은 숨어 있지 않는다. 숨어 있는 건 어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