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137명에 1인당 70만원씩 '돈 선거'…안동지역 농협 이사 선거 복마전

입력 2026-08-20 20:24:50 수정 2026-08-20 20: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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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17명 중 15명 금품 살포
152명 입건에 당선 이사 8명 사퇴, 농협 초유 '선거 파동'
돈 반환 갈등에 덜미, 형사처벌 외 '최대 3천만원' 과태료
농협, 연봉·수당 대폭 깎고 포상제 도입 고강도 쇄신 총력

안동경찰서 전경. 매일신문DB
안동경찰서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안동 지역의 한 농협 비상임 이사 선거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간 정황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며 지역 사회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140명 가운데 무려 137명이 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되고, 이사 후보자 17명 가운데 돈을 건넨 15명도 입건됐다. 특히 당선인 10명 가운데 8명이 스스로 물러나는 등 농협 역사상 유례없는 파국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조합장 연봉 삭감과 수당 대폭 축소 등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뿌리 깊은 혼탁 선거 풍토를 도려내기 위한 근본적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 한 장에 수십만원 뿌린 복마전

당시 이사 10명을 뽑는 선거에는 후보 17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대의원 1명이 10명의 후보에게 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후보 15명이 전체 대의원 140명 중 137명에게 1인당 70여만원씩의 돈 봉투를 건네며 지지를 호소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대의원 전원이 매수 대상이 된 셈이다.

곪아 터진 환부는 내부 갈등을 통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돈을 뿌리고도 낙선한 후보 A씨가 대의원들에게 건넨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 또 다른 탈락 후보 B씨의 아들이 국민신문고 등에 금품 살포 내막을 폭로하면서 경찰의 본격적인 강제 수사가 시작됐다.

안동경찰서는 후보자들과 대의원들의 금품 수수 혐의를 입건하는 한편, A씨가 운영하는 사업장의 CCTV 영상과 휴대전화 등을 정밀 분석해 혐의를 구체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년에 치러질 '제4회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공명선거 정착을 위해 불법 금품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조합원들의 제보를 강조했다.

사법 처리와 별개로 행정 처분도 뒤따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선거에서 돈을 챙긴 대의원들에게 최대 3천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 이사 8명 불명예 퇴진…'뼈 깎는' 쇄신안

대규모 입건 사태에 이어 당선된 이사 8명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해당 농협은 지도부 공백과 신뢰 추락이라는 초유의 내홍에 직면했다. 농협 안팎에서는 이·감사의 직무 윤리와 선거 제도 전반에 걸친 통렬한 자성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해당 농협은 지난 3일 '공명선거 실천 및 조직 쇄신 결의대회'를 열었다. 임직원의 불법 선거 관여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내부 통제망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지도부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구책을 결의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제3차 임시대의원회'에서는 조합장의 기본연봉 2천만원을 자율 삭감하고, 기존 60만원이던 비상임 임원 회의(참석) 수당을 15만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앞서 지난달 14일 열린 '제2차 임시대의원회'에서는 '임원(이·감사) 선거포상제 운영규약'을 제정해 불법 금품·향응 제공 행위에 대한 내부 신고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