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때 왜 가슴이 뛰나?, "'몸의 신호' 측정, 한국판 척도 나왔다"

입력 2026-10-05 13:45:29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대구가톨릭대 장진이 교수연구팀, 다미주신경이론 포지스 척도 국내 첫 타당화
트라우마·상담 연구 활용 기대, 대한스트레스학회 '스트레스연구' 제34권 게재
연구팀, 신체감각·자율신경계 반응이 정서조절·사회적 연결감과 관련성 살필것

장진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대한스트레스학회 학술지
장진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대한스트레스학회 학술지 '스트레스연구' 제34권 3호에 게재됐다. 연구팀 제공
장진이 교수
장진이 교수
이송이 연구자
이송이 연구자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슴은 쿵쾅거리고 손에는 땀이 난다. 호흡이 빨라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불안하거나 위협을 느낄 때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몸이 마음보다 먼저 반응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점이다.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할 때 생각과 감정만 살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장진이 교수 연구팀이 이처럼 사람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한국판 척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타당화했다.

연구팀은 '다미주신경이론'(Polyvagal Theory)을 제시한 스티븐 포지스 교수 연구진의 '신체지각질문지 단축형(BPQ-SF)'을 한국어로 번안하고,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신뢰도와 타당성을 검증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스트레스학회 학술지 '스트레스연구' 제34권 3호에 게재됐다.

'타당화'는 외국에서 개발된 심리검사나 척도를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서 사용할 때 원래 측정하려는 심리적 특성을 제대로 측정하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BPQ-SF'는 신체 내부에서 느끼는 감각과 스트레스 또는 위협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율신경계 반응을 개인이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평가하는 자기보고식 척도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어로 번안된 문항이 원척도의 의미를 유지하면서 한국 성인에게도 동일한 심리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번역과 문화적 적합성을 검토하는 과정에는 뇌신경마취 분야 전문가인 민경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자문으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자율신경계와 신체기관에 관한 문항의 의학적 용어와 표현이 정확하게 전달되는지를 검토했다.

이번 연구의 이론적 배경에는 포지스 교수가 제시한 다미주신경이론이 있다. 다미주신경이론은 사람이 환경과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안전감과 위험, 이에 따른 방어반응과 사회적 연결을 자율신경계의 작용과 연결해 설명하는 이론적 틀이다.

장진이 교수 연구팀은 그동안 트라우마와 심리적 외상 연구를 바탕으로 신경과학적 관점과 신체의 생리적 반응을 상담과 심리치료에 접목하는 연구를 이어왔다.

트라우마 경험자의 불안과 과도한 긴장, 위축, 해리, 관계적 단절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 경험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다미주신경이론 자체를 검증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해당 이론과 관련된 신체 반응을 연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측정도구의 한국판을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송희 박사과정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척도를 번안하는 데 그치는 작업이 아니라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의 신체적 경험과 자율신경계 반응을 더욱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K-BPQ-SF를 활용해 신체 내부의 감각과 정서조절, 사회적 연결감이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나아가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장진이 교수는 심리적외상·상담 전문가로 현재 대구북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자문위원, 대구광역시 갈등관리심의위원회, 경상북도교육청 학교안전사고 피해 상담 및 심리적 치료 지원 선정 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아동·청소년 외상 치료의 새로운 전략'(학지사·2019), '인지분석치료-인지치료와 대상관계치료의 통합적 접근'(학지사·2026) 등 연구저서를 남기고 있다.

이송희 박사과정 연구자는 대구북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지방공무원의 가면증후군이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 정서조절자기효능감과 메타인지의 순차매개효과'와 '한국판 신체 지각 질문지 단축형의 타당화' 등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장진이 교수(오른쪽 두번째)와 이송희 박사과정 영구자(오른쪽 첫번째) 를 비롯한 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 장진이 교수 연구실의 구성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구팀 제공
장진이 교수(오른쪽 두번째)와 이송희 박사과정 영구자(오른쪽 첫번째) 를 비롯한 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 장진이 교수 연구실의 구성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구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