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유변] 의료사고 이력 공개, 누가 중증환자를 책임지겠는가

입력 2026-08-19 06:3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박종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박종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최근 이소희 국회의원이 환자가 진료나 수술을 받기 전 의료인의 의료사고 관련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이 제도에 분명히 반대한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는 환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의료인을 낙인찍고, 가장 어렵고 위험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의료사고'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의료사고와 의료과실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최선의 치료를 했음에도 발생하는 합병증,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지만 피할 수 없었던 부작용, 환자의 기저질환과 중증도로 인한 악화까지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원치 않는 결과는 의료사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의료에는 현대의학으로도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명백한 의료과실과 구별하지 않고 '의료사고 이력'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다면 그것은 정보 제공이 아니라 왜곡이며 낙인이다.

더 큰 문제는 의료의 위험도가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이다. 중증외상, 응급수술, 고위험 분만, 중환자 치료는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도 합병증과 사망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오히려 환자가 위중하고 치료가 어려울수록 좋지 않은 결과와 의료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은 커진다. 따라서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면 가장 어려운 환자를 가장 많이 치료하고, 마지막까지 환자를 포기하지 않은 의사가 오히려 가장 많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한밤중 응급수술을 위해 병원으로 달려가고, 다른 곳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받아들이며,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단 한 번의 생존 가능성이라도 붙잡기 위해 수술대 앞에 서는 의사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우리 필수의료를 지탱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환자가 얼마나 위중했는지, 치료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맞았을지, 의료진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했는지는 모두 지운 채 결과만 떼어내 '의료사고 이력이 있는 의사'라고 공개한다면 과연 공정한가. 이는 고위험 환자를 책임지는 의료진에게 떠나라는 경고장과 같다. 이런 모순된 제도 아래에서 필수의료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미 응급·외상·분만·소아·중환자 분야는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위험을 감수하는 의료진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환자를 치료할수록 더 큰 사회적·법적 부담을 져야 한다면 누가 앞으로 그 자리를 지키겠는가.

환자의 알 권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알 권리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이지, 맥락을 제거한 기록을 전달받을 권리가 아니다. 의료의 질은 사고 이력 몇 건으로 평가할 수 없다. 환자의 중증도와 진료 난이도, 치료 과정과 결과를 함께 보지 않은 숫자는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사고 이력이 없는 의사'의 명단이 아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끝까지 자신을 치료해 줄 의사다. 가장 위험한 환자를 책임지는 의사를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는 결국 가장 위험한 환자도 보호하지 못한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 추진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박종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