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산책] 헬리코박터균이 있으면 위암이 생기나요? 꼭 치료해야 하나요

입력 2026-08-1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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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일민의료재단 대구 세강병원 원장(내과전문의)
김우현 일민의료재단 대구 세강병원 원장(내과전문의)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을 받은 뒤 "헬리코박터균이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위암이 생기는 건 아닐까?"일 것이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증상이 없는데 꼭 치료해야 하나요?", "약이 독하다던데 안 먹으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위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만큼 경우에 따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 점막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만성 위염과 위·십이지장궤양의 주요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1994년 헬리코박터균을 위암과 관련된 '1군 발암인자(Group 1 Carcinogen)'로 분류했다. 위암 발생과 헬리코박터균의 인과관계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위암 발생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위암은 국내에서 꾸준히 많이 발생하는 암에 속한다. 국가검진 확대와 치료 기술 발전으로 조기에 발견되는 사례가 늘면서 치료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위암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와 함께 위험인자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위험인자가 바로 헬리코박터균이다.

물론 헬리코박터균 감염자 모두가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의 상당수는 평생 위암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랜 기간 만성 염증이 이어지면서 위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과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을 거쳐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거나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제균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조기 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제균치료 후 새로운 위암이 발생할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서도 예방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제균치료는 일반적으로 위산 분비 억제제와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일정 기간 함께 복용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과정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요소호기검사나 대변항원검사 등을 통해 균이 제대로 제거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으로 한 번에 제균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치료 방법을 바꿔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무조건 치료해야 할까. 개인의 상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위·십이지장궤양이 있거나 조기 위암 치료를 받은 경우, 위 MALT 림프종 환자 등에서는 제균치료가 중요하다. 이 밖에도 위암 가족력이나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 등 위암 위험요인이 있다면 제균치료의 필요성을 전문의와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증상이 없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도, 감염됐다고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는 세균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 상태와 위험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 것이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좋은 암이다.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위암의 위험인자를 하나씩 줄여가는 것도 예방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다. 건강검진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다면 방치하거나 막연히 걱정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와 추적관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김우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