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로봇 '상전벽해', 서울 금천·구로·영등포, '상전벽해'…". 격동의 시대다. 인공지능(AI) 분야, 그리고 발 빠른 도시의 변모와 관련해 요즘 '상전벽해'가 자주 거론된다.
상전벽해(桑田碧海)는, "뽕나무 상, 밭 전, 푸를 벽, 바다 해"로,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라는 뜻이다.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어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비유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 잘 쓰는 사자성어이다.
이 말을 흔히 중국 동진(東晉) 시대의 갈홍(葛洪)이 썼다는 『신선전(神仙傳)』권3 「왕원(王遠)」편의 마고(麻姑)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하나, 틀리다.
어쨌든 『신선전』에는 90명 이상의 신선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마고는 그중의 하나다. 즉, 한(漢)나라 환제(桓帝) 때 신선 왕원(王遠)이 도교에 심취해 있던 채경(蔡經)의 집에 강림해 선녀 마고를 불렀다. 그녀는 18, 19세 정도로 보였고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손톱이 새의 발톱처럼 길었다.
마고는 부름에 응해 왕원에게 절을 하고 자리에 앉은 뒤, 그에게 "제가 신선님을 모신 이래 이미 동해가 세 번이나 뽕나무밭으로 변하는 걸 보았습니다(接待以來, 已見東海三爲桑田). 지난번 봉래(蓬萊)에 갔더니 바다가 이전의 반 정도였습니다. 다시 육지가 되려는 것일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왕원은 "성인들이 모두 동해는 다시 흙먼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였네(聖人皆言, 海中行復揚塵也)"라고 답했다.
'마고'는 '삼(삼베) 마, 시어머니(여인) 고'로 '삼베 여인'이다. 옛날 옛적에 사람들에 옷을 지어 입히고자 삼베를 잘 다루려면 손톱이 길면 좋다. 그리고 그 긴 손톱이 있으면 등 뒤의 가려운 곳도 잘 긁을 수 있다. 여기서 마고소양(麻姑搔癢) 즉 "마고가 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癢)'를 '긁는다(搔)'"라는 말도 생겨났다.
마고 이야기가 우리나라 땅으로 넘어와 '마고 할미'로 바뀌게 되었다고도 한다. 더구나 신선의 '선(仙)'을, "산이 씨자 무당의 씨자"라는 속담에서 보듯이, 한반도의 '산이'[=산(山) 사람(亻)] 즉 '무당, 샤먼'의 전통에서 유래하여 거꾸로 중국 쪽으로 전해졌다고 보는 수도 있다(범부 김정설).
위의 『신선전』에서는 실제로 '상전벽해'라는 말이나 내용이 보이질 않는다. 마고는 "동해가 세 번이나 뽕나무밭으로 변하는…"이라 했고, 왕원은 "동해는 다시 흙먼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동해라는 푸른 바다 즉 벽해(碧海)가 뽕나무밭이 되었다는 '벽해상전'이라 해야 옳다.
그럼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는 어디에 처음 나오는가. 당나라 노조린(盧照鄰)의 장편 칠언고시 「장안고의(長安古意)」의 다음 구절에서다. "절물풍광부상대(節物風光不相待: 철 따른 산물과 풍경은 서로 기다려주지 않고), 상전벽해수유개(桑田碧海須臾改: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 되듯 잠깐새 바뀌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세상 변화의 무쌍함, 홍수 등으로 엉망진창이 된 산하를 바라보며 상전벽해라는 말로 위로 하거나 한탄했다. "맥령(麥嶺: 보릿고개)에도 거둘 것 없어, 금년 농형(農形: 농사 형편)도 무망(無望), 상전벽해(桑田碧海)된 대저(大渚) 가락(駕洛) 등지에 복구자금도 화중지병(畫中之餠)"(<동아일보> 1935년 6월 4일자) 등등.
상전벽해가 입에 오르내릴 때는 민심이 불안한 시기다. 이런 즈음일수록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 다짐이 필요하다. 제행무상이란 말처럼 모든 것은 "잠깐새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