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TV조선 고문·영남대 특임교수
9·18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5월까지 60%대를 기록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 3~4개월 사이 30%대까지 자유낙하했다. 30%대 지지율이란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정치가에겐 암 선고에 가깝다. 이런 지지율로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 집권 1년을 겨우 넘겼는데 레임덕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 17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정책'보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경고했다. 정책이 잘못이면 고치면 되지만, 신뢰가 무너진다는 건 아무리 잘해도 "쳐다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기자회견은 그 갈림길에서 던진 승부수였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는 낫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2개월 만에 데드 크로스를 맞았다. 하지만 끝내 "지지율 올리는 꼼수 같은 건 쓸 줄도 모르고 체질에도 안 맞는다" "전광판 안 보고 뛰겠다"고 고집했다. 그러다 결국 12·3비상계엄으로 자멸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왜 떨어졌을까? 많이 고심했다"고 고백했다. 또 "저의 부족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지지율 급락을 솔직히 인정하고, 민심에 고개 숙인 것이다. 윤건영 의원도 "오늘 기자회견을 보니, 적잖이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럴까?
먼저 이 대통령은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와 관련해, 연임 개헌은 국민이 품은 큰 의혹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이전에도 헌법상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적 있었다. 하지만 간접 화법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의지를 밝힌 건 처음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평가받을 점이다. 다만 효과가 반감했다. 지지율 하락에 떠밀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임이란 본래 헌법상 불가능한 평지풍파였을 뿐이다.
다음으로 공소 취소 문제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이 주도한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공소 취소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소 취소는 이재명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입장만 놓고 보면, 공소 취소는 대통령직을 걸 만큼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똑같은 문제였다. 퇴임 후 감옥에 가야 한다면, 대통령이란 지위가 무슨 소용인가?
이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조사도 하기 전에 특검의 명칭에 '조작기소'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검찰의 조작기소는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오히려 국회 국정조사에서 '연어 술 파티'가 없었다는 게 드러났다. 대법원은 쌍방울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것도 사실로 판결했다.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코리아정보리서치의 지난 8월 6일 발표에 따르면, 국민 51.9%가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에 찬성했다. 반대는 44.1%였다. 이런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6.3지방선거 전 통과시키려던 '조작기소 특검법'도 유보되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진상 규명'에 치중하겠다고 밝혔다. 즉, 공소 취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불씨만 살려두면, 우회로는 많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조작' 사실을 밝히면, 사건 담당 검사와 재판관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론상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사면법을 개정하면 셀프 사면도 가능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처음엔 단순한 건물 침입 범죄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건 은폐에 집착하면서, 결국 닉슨의 정치적 운명이 되었다. 집권 후 지난 1년 간, 이 대통령이 공소 취소에 기울인 노력도 '집착'에 가깝다. 사법부 독립이 위기에 빠져도 강행을 거듭했다. 운명이란 몰라서 빠지는 게 아니다. 대통령은 만인이 보고 있으니, 사방에서 호루라기를 분다. 이석연 전 국민통합위원장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사자 귀엔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데드덕이란 운명은 그렇게 온다. 피할 방법도 간단하다. 집착을 내려놓으면 된다. 그런데 그게 그토록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