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김봄이] 지역의료의 미래, 공감에서 찾다

입력 2026-08-06 13:37:38 수정 2026-08-06 18: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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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산병원이 환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계명대 동산병원이 환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회진궁금카드'.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김봄이 사회부 기자
김봄이 사회부 기자

몇 달 전, 70대인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다행히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약물치료만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지금도 당시 의료진의 신속한 판단과 치료에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퇴원 후 약을 복용하면서 어지럼증과 심한 졸림이 계속됐고,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증상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의사는 그저 '괜찮다'고만 답했다. 진료 내내 의사는 환자의 얼굴보다 모니터를 보며 설명했고, 궁금한 점을 더 묻기에도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물론 의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증상이었을 수도 있다. 하루에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료진의 현실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처음 뇌경색을 겪은 고령 환자에게는 '괜찮다'라는 한마디보다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해 주는 과정이 더 큰 치료였을 것이다. 환자는 병만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불안'도 함께 치료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병원을 가장 자주 찾는 사람은 고령 환자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앓고 복용하는 약도 늘어난다. 진료와 검사, 약물치료가 복잡해질수록 환자가 이해해야 할 내용도 많아진다. 청력과 시력, 인지기능도 예전 같지 않다.

짧은 진료 시간에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작은 증상도 병이 악화된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고, 치료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초고령사회에서 의료의 경쟁력은 첨단 장비나 뛰어난 의료기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불안을 함께 나누는 '공감하는 의료'가 중요해졌다.

이런 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평가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했는지, 존중과 예의를 갖춰 대했는지,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를 묻는다. 의료를 공급자의 시선이 아니라 환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평가인 셈이다.

최근 공개된 제5차 환자경험평가에서 대구의 상급종합병원 5곳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전국 376개 의료기관 가운데 1위, 영남대병원은 4위에 오르며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수도권 '빅5' 병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아산병원이 7위로 가장 높았고, 서울대병원은 125위로 2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환자와의 소통과 존중, 정서적 지지에서는 대구의 상급종합병원이 수도권 대형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역의료를 둘러싼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좋은 장비나 우수한 의료진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환자가 얼마나 존중받고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환자의 마음을 얻는 일은 지역의료가 수도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공감하는 의료는 친절을 넘어 치료의 일부다. 환자는 결국 자신을 존중하고 충분히 설명해 주는 병원을 기억한다. 환자경험평가에서 확인된 대구 의료의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면, 초고령사회 지역의료의 미래도 그 신뢰 위에서 한 걸음씩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