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부메랑'…삼성 노조,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제동

입력 2026-07-13 15: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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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노조 "전환배치·근로조건 영향…2027년 임단협 의제"
조합원 84% 반대…노사정 협의·전력 대책 마련 촉구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송정동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군공항 부지에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송정동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군공항 부지에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가 노동계의 반발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호남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정부가 노사정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이 입법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대규모 투자 결정을 교섭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되면서, 해당 법안이 산업정책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는 지난 1일 정부와 회사, 조합이 한자리에 모이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체 설문조사에서는 전환배치와 근로조건, 처우 등을 고려할 때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사측 역시 두 차례 면담에서 '경영진도 부담스러워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면서 "일할 사람과 투자 주체 모두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속도전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업 추진에 앞서 노동자 보호 대책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회사가 원전 확대와 전력구매계약 추진, LNG 열병합발전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현재 전력 계획이 충분히 준비됐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주 4.5일제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메가 프로젝트에는 예외적으로 주 52시간 상한 완화를 거론하는 정부 정책도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가 걸린 투자 계획을 노사협의 없이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이 사안을 2027년 임금·단체협상의 공식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동계의 교섭권을 넓히기 위해 만든 법이 정부 주도 산업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를 늦추는 변수로 되돌아온 셈"이라며 "투자 입지는 물론 생산라인 배치, 인력 이동까지 노사 교섭 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 신속한 투자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