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쉬어야 할 노인들은 오늘도 일터로 나간다. 가장(家長)으로 산업역군(産業役軍)으로 젊음을 소진했지만, 아직도 일을 놓을 수 없다. 손자들 용돈을 줘야 하고, 결혼을 앞둔 딸이 있다. 요양원에는 기억이 묽어지는 아버지가 있다. 퇴직금은 대출금 상환, 생활비로 다 써 버렸다. 노령연금? 그걸로는 혼자 먹고살기에도 빠듯하다.
치열한 입시(入試)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다. 도서관, 학원, 고시원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첫 월급 타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세상은 허락하지 않는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0세 이상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도 50대 취업자 수를 추월했다. 고령층의 건강이 좋아지고 기대수명(期待壽命)이 늘어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은 노년의 삶에 활력을 주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생존을 위한 일이라면 그건 '삶의 쇠사슬'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은 많은 노인들을 생계형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청년들은 일할 의지가 없어서 쉬는 게 아니다. 양질(良質)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기업들은 경력자를 선호한다. 어렵사리 취업을 하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직면한다. '쉬었음' 청년(15~29세) 인구가 매달 40만 명 안팎인 것은 노동시장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은 일하고 싶지만 일할 곳을 찾지 못한다. 노인들은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다. 딱한 현실이며, 어이없는 아이러니(irony)다. 이는 '세대(世代)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안전망과 성장 동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노인은 빈곤 때문에 일하고 청년은 기회가 없어 쉰다면,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가난한 노년'과 '멈춰 선 청년'이 상존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노인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고,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責務)다. 공적연금 강화와 노인 빈곤 해소, 청년 일자리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은 따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두 개의 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