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발표한 부동산 세제(稅制)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 세 부담은 덜고,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 보유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도 기회를 열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도 주택 수가 아니라 총자산 가액 중심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정부는 종부세 기준을 공시가격 14억원으로 높여 전국 공동주택의 97.7%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하지만 종부세 대상의 90%가량이 서울에 몰려 있다. 서울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걱정하지만 지방은 미분양, 거래 실종, 인구 감소로 신음한다. 비거주 주택과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이 커지면 투자 가치가 낮은 지방 주택부터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도권 집중 완화는커녕 지방 자산의 가치와 투자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과열이 아니라 침체를 걱정한다. 미분양이 쌓이고 거래가 끊긴 시장에 보유 부담까지 높아지면 지방의 자산가치 회복은 더 어렵다. 이는 단순히 집값 문제가 아니다. 담보가치 하락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건설·금융·자영업을 비롯한 지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결국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가속되고 지방 소멸(消滅)도 더 빨라질 수 있다. 서울의 집값을 잡겠다며 지방 경제의 기반까지 흔드는 정책이라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국정 목표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으로 시장을 바꾸려 했지만 집값 안정에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만 가중시켰다. 이재명 정부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출범했는데 집권 첫 부동산 세제 개편에서 세금을 시장 조정(調整)의 중심에 두었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인가. 지방 현실을 외면한 채 서울 중심으로 설계한 세제는 결국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별 시장 여건을 반영한 차등화된 세제와 공급 정책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에 따른 세수 증가 규모를 2027~2029년 합계 2조2천억원으로 추산했다. 결국에 돌고 돌아서 증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