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익스트림 페스티벌

입력 2026-09-20 0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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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흠 극작가

조대흠 극작가
조대흠 극작가

더위가 물러나기 시작하자 지역축제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우후죽순 나타난다. 봄이면 벚꽃축제, 여름이면 워터밤, 가을이면 국화축제, 겨울이면 얼음 축제처럼 계절별 축제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축제를 홍보하고, 기관들이 저마다 축제를 연다.

주말에 어딘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간단히 검색창에 지역이나 날짜만 검색해보면 갈 수 있는 축제가 줄줄이 나타난다. 그중에서 사진이나 전년도의 후기를 보고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축제들은 유명인이나 인기 가수 섭외에 목을 맨다. 이렇게 많아지는 축제 속에서도 나에게는 막상 가보고 싶은 축제는 많지 않다.

영화제나 공연 관련 축제들도 있지만, 지역의 관광지나 특산물을 메인으로 한 축제, 지역명을 재밌게 풀어낸 축제도 있다. 다만 그 내용은 어떨까. 무대가 있고 공연이 있다. 초대 가수가 노래하고, 한쪽에는 먹거리 부스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플리마켓이 자리한다. 뭔가 명칭만 다를 뿐 비슷해진 느낌이 든다.

물론 이런 구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축제 사무국에서 일해왔고, 궁극적인 목적은 축제에 오는 사람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축제 기획자로선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관람객 수나 만족도 같은 숫자로 축제의 성과를 설명해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을 모으는 데에 집중하게 되고, 축제의 이유가 흐릿해지는 순간도 생긴다. 그럼 지역축제에서 진짜 '지역'은 무엇일까.

언젠가 일본에서 작게 열린 마츠리(축제)에 간 적이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지역 상점가 사람들이 음식을 팔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는 작은 규모였다. 특별한 네이밍도 없고, 어쩌면 매년 반복해 온 축제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먹은 소시지의 맛, 밤이 되자 어두워진 운동장, 더운 여름의 열기 같은 기억들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있다.

결국 축제에서 중요한 것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곳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지역축제에서 '지역'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축제가 아니라 여기가 아니면 이런 걸 볼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10년이 지난 나에게 소시지 하나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