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하영석] 구호뿐인 '에너지 안보', 운송 통제권 외국에 넘길 것인가?

입력 2026-08-04 09: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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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최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측 항로를 통해 셔틀 운송 중이던 대형 유조선들이 연이어 공격을 받으며 글로벌 에너지 운송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국가 핵심 LNG선사인 '현대LNG해운'이 인도네시아 기업에 매각되는 최종 단계에 와 있다. 현재 모든 절차를 마치고 외국인투자위원회의 국가안보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과거 현대상선(현 HMM)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LNG 운송사업부를 사모펀드 IMM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이 선사가 분리·설립되었다. 2024년 기준 국내 LNG 수입량의 10%에 해당하는 469만 톤(t)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운송 인프라다. 시장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은 LNG선사를 국외에 매각할 경우, 정부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지 여부와 운송 생태계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반드시 숙고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다. 2024년 전체 에너지 수입의 19.7%를 차지할 정도로 LNG는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정작 자국 선박으로 실어 나르는 비중인 국적선 적취율은 2020년 52.8%에서 2025년 34%로 급락했다. 한국가스공사(KOGAS)의 장기운송계약 선박 역시 27척에서 2025년 13척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고, 그 빈자리는 외국 선박이 채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불합리한 수입 관행과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KOGAS는 수입업자가 운송 주도권을 가지는 '본선인도(FOB: Free On Board)' 방식 대신, 수출업자가 운송 주도권을 쥐는 '착선인도(DES: Delivered Ex Ship)' 방식에 치중해 왔다. FOB보다 DES 수입 가격이 약 4% 낮다는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에너지 안보'가 후순위로 밀려난 구조다. 게다가 선사와의 장기운송계약이 국제회계기준(IFRS 16)상 리스부채로 인식되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 악순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국적선사들은 선원 교체가 여의찮아 운항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한 항차당 위험수당으로 6개월 치 월급을 주는 파격적인 조건에도 승선할 선원을 구하기 어렵다. 주요 선원 공급국인 인도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에 자국 선원 배치 금지를 공식적으로 권고했다. 만약 국가적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국외로 매각된 LNG선사는 선원 문제 하나 만으로도 정부가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일본은 강력한 선·화주 간 협력 체제를 바탕으로 FOB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수출국의 '도착지 제한 조항'을 폐지해 수입 LNG를 재판매하는 '글로벌 트레이더'로 진화 중이며, '올 재팬(All Japan)' 전략을 통해 LNG 선박 자국 건조와 선대를 확충하고 있다. 중국 또한 자국 화물은 자국 선박으로 운송한다는 '국화국운' 정책에 따라 LNG 수입 물량의 50% 이상을 자국 선박이 운송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통제할 수 있는 해운 공급망 구축'을 정책 기조로 '핵심 에너지의 국적선 적취율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4개의 핵심 LNG선사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거나 선사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Exit) 전략에 휘둘려 핵심 선사의 국외 매각을 허용한다면, 향후 다른 사모펀드가 소유한 LNG선사의 연쇄 국외 매각까지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라도 에너지 운송 전략 궤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우선 중동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미국, 호주 등 FOB 계약이 순조로운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또한 FOB 계약이 운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박 건조와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에 더해 KOGAS, 선사, 조선사가 공동으로 LNG 개발이나 지분 투자에 참여하여 수입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FOB 계약을 확대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정부는 KOGAS의 장기운송계약이 재무적 관점이 아닌 정책 수행 결과로 평가받도록 제도를 개선해 국적 선사와의 계약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운송 특별법'을 제정해 국적선 적취율을 제고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 운송 인프라'는 단순한 물류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