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4개 만들기를 우선 실시한다고 한다. 4개 중 하나는 서울대가 될 것이므로 결국 3개 대학을 선정해서 지원한다는 이야기다. 초안의 10개 만들기는 전국을 5극 3특으로 나누고 9개 대학을 선정해서 지원·육성하는 안이었다.
우선 5극 3특으로 나눈 것의 공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기존의 5극 3특에 바탕을 두고 5극 중에 4권역을 선정할 때 대구경북권이 소외될까 염려된다. 따라서 '4개 만들기'가 아니라 '5개 만들기'로 가는 것이 합당하며 만일 4개 만들기를 고수한다고 해도 대구경북권을 대표하는 경북대는 꼭 선정돼야 한다.
5극은 수도권, 충청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이다. 3특은 강원, 제주, 전북이다. 우선 이러한 권역 구분이 공정한지 의문이 든다. 수도권은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를 포함하여 인구가 2천6백만 명이며, 부·울·경은 7백75만, 충청권은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시를 포함해서 5백60만, 대구경북권은 4백90만, 광주전남권은 3백20만이다. 권역 간 현격한 인구 차이가 나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호남권에서 전북을 뽑아내어 3특으로 정한 것이 공정한 처사인지 의문이 든다. 전북 1백75만 명과 광주전남을 호남권으로 묶어도 4백95만 명이고 대구경북 4백90만 명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부·울·경에서 산업도시인 울산(인구 110만)을 골라 3특의 하나로 삼지 않은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기존의 5극 3특 권역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아니고 4개로 축소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해 보자. 범위가 큰 5극에서 4개 권역을 고른다 치고 수도권 인구과밀을 이유로 수도권에서는 서울대만 선정한다고 보면 나머지 4개 권역에서 3개 대학을 뽑게 될 것이다. 7백75만의 부·울·경, 5백60만의 충청권, 4백90만의 대구경북권, 3백20만의 광주전남권 중에서 어떻게 3권역을 고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느 권역이 배제되든 그 권역과 거점대학은 큰 내상(內傷)을 입게 된다.
3개 거점대학을 단순히 인구수에 따라 선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7백75만의 부·울·경과 4백90만의 대구경북권을 묶어 '영남권'이라 퉁쳐 부르며, 경북대와 부산대 중에 어느 한 대학을 선정하고 나머지 한 대학을 배제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
예상되는 불공정 시비와 배제되는 지역의 박탈감을 고려한다면 '4개 만들기'가 아닌 '5개 만들기'로 가고 수도권의 서울대와 나머지 4개 권역의 거점대학을 모두 선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렇게 해도 충북대와 충남대 중의 한 대학은 탈락하며, 전북대, 강원대, 제주대가 배제된다. 나머지 대학들도 가급적 빨리 선정하여 지원하는 것이 맞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순수익이 600조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천문학적 수익 창출이 가져오는 초과세수를 생각해 보면 '5개 만들기'든, '10개 만들기'든 가능하다고 본다. 초과세수를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서 씀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리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대구는 광주전남이 통합되기 전 전국 17개 지자체 중에서 줄곧 17위를 유지해 왔다. 이렇게 어려울 때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경북대를 선정해서 경북대의 우수한 인재와 연구 능력을 대구경북의 전략산업인 반도체 소재·부품 및 인공지능(AI)과 나아가서 '인공지능 전환사업'(AX, AI Transformation)인 로봇, 모빌리티, 의료·바이오까지 연결하여 지역 발전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견인차가 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금요일 매일신문 머리기사는 '반도체 유치전(戰), 손 놓은 TK 정치권'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호남권 투자설에도 대구경북은 손을 놓고 있다. 같은 날 경북일보 머리기사는 '추경호, 반도체 투자 판단에 정치 배제해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투자 유치에 정치를 배제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므로 걱정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반도체 투자 유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을 보고 나니 거점대학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경북대가 탈락할까봐 겁부터 난다. 백 년을 내다보며 부디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