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판로 잃은 러시아, 중국에 가스관 승부수… '시베리아의 힘 2' 타결 주목

입력 2026-05-19 16: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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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정상회담, 새 에너지 공급 계약 주목
판로 잃은 러시아, 불리한 조건 불가피 예상
中, 에너지 수급 다변화… 국제 정치 영향력↑

지난해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톈진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톈진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일 러중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으로 보내는 대형 파이프라인 사업인 '시베리아의 힘 2' 건설 최종 타결 여부가 주목받는 가운데, 이 협상 타결은 지정학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판로 잃은 러시아, 수입 감소 고심

19일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과 관련해 양측은 "경제 관계의 모든 주요 사안이 다룰 것"이라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의제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사안 중 하나는 '시베리아의 힘 2'의 최종 계약 등 진전 여부다.

앞서 러중 양국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이 사업과 관련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이는 최종 계약 전 중간 단계로, 양국이 가스 공급 가격이나 '테이크오어페이' 즉 의무 구매 물량 조건, 공급 지연·부족 시 벌칙 등 핵심 상업 조건을 모두 타결했다는 신호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협상 타결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 계약을 넘어 지정학적 변화를 내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으로 향하던 파이프라인 가스 시장을 사실상 잃었다. 여기에 연초 유가 하락과 루블화 강세 등으로 1분기 세입이 전년 대비 45.4% 급감하고, 연방 예산 적자도 커진 상황이다.

이란 전쟁 이후 우랄산 원유 수출이 늘어 단기적으로 만회 여지가 생겼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 감소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큰손 중국, 협상력↑

중국은 미국의 보복 관세 여파로 미국산 LNG 구매를 중단했고, 이란 전쟁 여파로 카타르 등 중동산 LNG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대신 러시아와 호주 등에서 해상 LNG를 수급하는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대규모 장기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상대가 사실상 중국뿐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가스 가격과 물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중국은 협상을 서둘러 매듭짓기보다 시간을 끌며 가격과 물량 등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특정 판매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경계한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와 경기 둔화로 가스 수입을 무작정 늘릴 필요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중국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러시아가 상당 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러시아·중앙아시아·중동·호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국제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이른바 '역(逆) 키신저'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 가운데 러중 에너지 협력이 강화될 경우 그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파이프라인 협상으로 중국은 여러모로 얻을 게 많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중국은 시베리아의 힘 2를 통해 가스 공급망을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2030년대 글로벌 LNG 공급 계약 재편 과정에서 여러 판매자를 상대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의 힘 2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않더라도, 기존 '시베리아의 힘 1' 공급 확대나 해상을 통한 LNG 공급 확대와 관련한 추가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