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지금까지 본 협상 상대 중 가장 느려"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계획 발표 후 美에도 투자 요구 나왔다는 전언… 청와대는 일체 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것이 이재명 정부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실행 속도와 관련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대미투자처 발표 등을 머뭇거리는 사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사항이 변경되는 등 안보와 경제·통상이 거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청와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투자 요구를 변경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 배경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고 보도했다. 대미투자 약속 이행을 머뭇댄 데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매체는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과의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본 협상 상대 중 가장 느리다"고 전했다.
일본의 대미투자 속도가 한국보다 신속한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5천500억 달러 투자 약속 중 6개 사업 합의를 마쳤고, 투자 후보 목록도 완성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3천500억 달러의 투자 약속 가운데 2천억 달러의 구체적인 투자처를 발표하지 않았다. 1천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배정됐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폴리티코의 분석과 비슷하게 풀이했다. 한국이 대미투자 문제를 일반적인 투자처럼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은 발표하기 전에 모든 세부 사항을 완벽하게 정리하려는 것 같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대미투자 문제를 두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사이 트럼프 행정부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열린 청와대 비공개 통상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요구가 핵심 논점으로 다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에너지 분야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우선 검토해왔다. 그런데 미국 내 메모리 생산시설 투자 요구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 후보로 메모리 반도체를 논의 중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대미투자 프로젝트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가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을 골자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