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2부 신동우
지난 1월 9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재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친구여, 할 이야기가 많아요"라는 추도사를 남겼다. 제럴드 포드가 2006년 12월 26일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 추도사는 생전에 남긴 글을 아들인 스티브 포드가 대신 읽었다.
지미 카터와 제럴드 포드의 1976년 대선 경쟁을 살펴보면 절대 이들은 친구라 얘기하기 힘들다. 직전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장기화된 베트남 파병 등 당시 미국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만큼 이들이 서로에게 가한 공격은 불륜·뇌물 의혹이나 촌뜨기라는 비하 발언 등 치열하며 원색적이고 날카로웠다.
민주당의 지미 카터와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의 경쟁은 끝내 지미 카터의 당선으로 끝을 맺었지만 이후 이들은 정치적 동반자이자 가장 든든한 친구로 남았다. 제럴드 포드의 추도사에서 "지미가 저를 화나게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공격하지 않는 정치인이 있었을까"라는 말은 이러한 그들의 사이를 잔잔히 일깨워 준다.
어느 날 해외 순방을 다녀온 비행기 안에서 두 사람은 긴 이야기를 나눈 뒤 '서로의 추도사를 하자'는 약속을 맺었다. 누가 먼저 사망할지 모르니 미리 추도사를 남겼고, 아들 스티브 포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을 상대방을 생각하며 꽤 크게 웃었다'고 한다.
물론 먼저 떠난 제럴드 포드의 장례식 추도사는 지미 카터의 몫이었다. 당시 추도사에서 지미 카터는 "나와 우리나라를 위해, 이 땅을 치유하기 위해 그가 한 모든 일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하며 눈에 띌 만큼 울먹거렸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지미 카터와 제럴드 포드의 우정은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이들은 이념이 있었고, 무엇을 협력하며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았다. 두 사람은 1988년 정치적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초당파 그룹 '아메리칸 어젠다'를 함께 만들었고 선거 제도 개혁을 위한 위원회도 공동으로 이끌었다. "그것은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선거의 열기였을 뿐"이라는 지미 카터의 말처럼 그들의 비방은 선거에서 딱 멈추고 나라의 발전을 위한 협력과 노력에 집중했다.
이들의 우정이 특별한 이유는 두 사람이 특별히 착해서가 아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적으로 정반대였던 두 라이벌이 조국을 위한 공통의 지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옛날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경쟁자를 향한 흑색 비방은 끊이지 않는다. 건전한 비판도 있겠지만, 계산기를 두드리듯 유불리를 따지는 이기심도 적지 않다. 유권자에게 어느 후보가 좋은지보다 어느 후보가 덜 나쁜지의 선택을 강요한다.
그렇기에 당선이 정해진 후 다시는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포항에서는 늘 '진정한 어른이 없다'는 푸념이 뒤따른다. 선거에서 경쟁한 후에도 앙금을 씻지 못해 지역 발전에 협력하지 못한 이유도 푸념의 이유 중 하나이리라. 선거에서 싸운 상대의 관에 손을 얹고 그 삶을 기리는 일. 우리 정치에서 그런 장면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선거는 결국 끝난다. 당선자도 낙선자도 지지자도 반대자도, 모두 같은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 사실을 망각한 채 오늘도 마이크를 쥐고 고함치는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이 선거가 끝난 뒤 상대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읽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