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수용] 미토스(Mythos)

입력 2026-06-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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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악당은 '엔티티(Entity)'라는 인공지능(AI)이다. 온갖 정보망을 뒤져 시스템의 약점을 찾아내고, 정보를 조작해 디지털 세계를 장악하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능력을 가졌다. 각국 정부들은 이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암투를 벌인다. 영화 속 이야기로만 들리겠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첨단 모델 '미토스'에 대해 외국인 접근을 전면 차단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해외 접속자는 물론 미국 내 외국 국적자와 외국인 직원까지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첨단 반도체나 군사기술에서나 볼 법한 수출 통제가 AI 모델에 적용된 것이다. 흔히 AI를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주는 편리한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미토스는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공략하는 최첨단 무기나 다름없다.

현대 사회는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 위에 세워져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뱅킹, 철도와 항공 관제(管制), 전력망과 수도 시설 등도 모두 소프트웨어로 움직인다. 이런 프로그램에는 오류와 허점이 있는데, 해커들은 이런 틈새를 찾기 위해 수개월 또는 수년을 보낸다. 그런데 앤트로픽에 따르면, 초기 참여 기관들이 미토스를 써 본 결과 불과 몇 주 만에 1만 건이 넘는 고위험·치명적 보안 취약점을 찾아냈다. 일부 사이버보안 능력 평가에선 기존 최고 수준 모델보다도 압도적인 성능을 드러냈다. 누군가 한 국가의 모든 은행, 병원, 발전소, 통신망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 정부가 미토스를 전면 통제하고 나선 이유는 바로 국가안보 자산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이 일반 공개 모델을 '페이블(Fable·우화)', 제한 공개 모델을 '미토스(신화)'라고 이름 붙인 것도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AI는 누구나 사용하는 기술로 여겨졌지만 미토스는 다르다. 기업은 이용자를 선별(選別)하고, 정부는 국적에 따라 접근을 제한한다. 경쟁의 초점도 '누가 더 좋은 AI를 만들었는가'에서 '누가 최강의 AI에 접근할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 AI가 편리한 도구에서 전략자산으로, 개방의 대상에서 통제의 대상으로 바뀌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인류는 가장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손에 넣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그것을 통제할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