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은 '보수의 심장'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심장은 멈추기 직전이고, 그 텃밭은 황폐(荒廢)하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여러 차례 정권을 잡았으나,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33년째 전국 꼴찌다.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 경제는 활기를 잃어 간다. TK신공항 건설은 하세월(何歲月)이다.
절박한 민심(民心)은 6·3 지방선거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 선거는 TK를 살리는 지렛대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여야 후보들은 '경제 공약'으로 호응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은 대구시장 선거는 핫이슈(hot issue)였다. 밋밋하기만 했던 대구시장 선거가 짜릿해졌다. 여론조사, 출구조사는 초박빙(超薄氷)이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드라마였다.
국민의힘은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에서 또 이겼다. 판은 뒤집히지 않았지만, 양상은 달라졌다. 철옹성(鐵甕城)에 균열이 생겼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53.92%로 당선됐다. 이는 4년 전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78.75%)보다 24%포인트(p) 낮은 수치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45.05%를 득표했다.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도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4년 전보다 10%p 넘게 떨어졌다.
투표율도 크게 높아졌다. 대구의 투표율은 64.2%로 역대 지방선거 중 최고였다. 16개 시·도 중 3위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선 전국 평균(50.9%)을 크게 밑돈 43.2%였다. 놀라운 변화다. 선거에 무심(無心)했던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높은 투표율은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선택과 견제가 이뤄졌다. '무조건 지지'가 아닌 '고민과 선택의 투표'였다.
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 지지층에선 푸념이 나온다. "일당 독점의 대구가 걱정스럽다." "대구는 또 망했다." 그들에겐 김부겸 후보의 낙선이 애석(愛惜)한 일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 패배주의에 빠질 일도 아니다. 시민들은 추 후보에게 시정(市政)을 맡기면서도 경고를 보냈다. 김 후보에겐 45%의 지지를 보내면서 변화를 갈망했다. 김 후보는 낙선 인사에서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패배가 아니다"며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비스로서의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말대로 대구는 변했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곱씹어야 한다. 김 후보의 선전(善戰)이 TK에서 민주당의 구조적 확장은 아니다. 김 후보는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유력 정치인이다. '지역주의 타파'란 상징성도 있다. 득표율 45%에는 개인기(個人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포스트 김부겸?'이란 질문이 나온다. 대구에서도 여야의 경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러나 바통을 받을 민주당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16대 총선 때 서울 종로를 마다하고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무현 후보가 낙선 후 한 말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씨앗을 뿌려 꽃을 피워내야 한다. TK가 민주당의 험지(險地)인 이유는 지역의 보수성 때문만이 아니다.
6·3 지방선거는 TK 정치가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간판이 아니라, 인물과 능력을 보고 선택하기 시작했다. 무풍지대(無風地帶)에도 바람은 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