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투표지 부족, 쌍둥이 득표, 후보 간 득표수 바꿔 입력, 선거인 명부(名簿) 누락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정치권은 이를 민주주의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으로 황당하다. 국정조사와 검경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도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부는 당권 싸움에 집중하느라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안중(眼中)에 없는 듯하다. 11일 우재준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한 데 이어, 15일 양향자 최고위원도 지도부를 '좀비'에 비유하며 총사퇴를 제안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를 흔드는 엉뚱한 짓으로 시간을 소비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두 최고위원이 선거 결과에 책임을 느낀다면 본인들이 사퇴하면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언주 최고위원이 "선거 결과에 책임을 통감(痛感)한다"며 혼자 사퇴했다. 하물며 양향자 최고위원은 6·3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면서도 당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지 않아 비판받지 않았나.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공당의 대표가 극우 유튜버 등이 만들어 낸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친한동훈 성향의 논객 조갑제는 "장동혁 같은 부정선거론자는 일체의 공직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지 부족, 쌍둥이 득표, 후보 간 득표수 바꿔 입력, 선거인 명부 누락 등을 비판하고, 특검과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이 부정선거 음모론인가? 김용태 의원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주장이야말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의문을 '음모론'으로 몰아감으로써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 반대한다고 해서, 6·3 지방선거 논란까지 이런 입장을 취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인천 송도 등 일부 지역의 쌍둥이 득표에 대해 통계적 의혹을 제기하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계산이 아니라 주술"이라고 비판했다. 각각 다른 선거동에서 동일 숫자 득표는 나올 수 있는 우연인데, 그걸 장 대표가 과장했다는 것이다. 각 통계학자들 주장대로 100분의 1이든, 5억분의 1이든, 5조분의 1이든 쌍둥이 득표가 우연히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확률상 나올 수 있음이 곧 "투개표가 공정하고 투명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투개표 과정에 납득하기 힘든 의문이 있으면 검증해야 민주주의에 부합한다.
지금 재선거를 외치는 청년들,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객들은 밑도 끝도 없는 괴담(怪談)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들을 검증하고 바로잡자는 것이다. 그것은 주권자의 정당한 권리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음에도 그저 '부주의' '우연'이라는 선관위 설명을 그대로 믿는다면 오히려 '주술'일 것이다. 걸핏하면 '부정선거'라는 주장도 반사회적이만, 실체적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며 입을 막는 것도 반사회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정파적(政派的) 유불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大義)에 집중해야 한다. 여야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에 대한 특검법 국회 통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야당 주도 특검으로 의혹을 낱낱이 해소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5천만원 상당의 돈을 묶었던 관봉권 띠지가 사라진 것을 놓고 90일간 특검(안권섭 특검)을 했다. 하물며 이번 의혹은 선거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