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사이, 코스피는 도박판을 방불케 하는 극단적 롤러코스터를 탔다. 28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0.84% 폭락해 6,023.63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13%, SK하이닉스가 14% 급락했고, 두 종목 기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26~29% 주저앉았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국내 증시 사상 처음 발동돼 지수가 5,500선까지 무너졌다. 이틀 뒤인 31일에는 하루 만에 17.91% 폭등했다. 개장 이래 최대 상승 포인트이자 최대 상승률이다.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 불러야 맞고, 이 도박판을 벌인 책임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
폭락 원인을 레버리지 ETF 하나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미국 통화정책, 반도체 업황, 투자심리 악화가 겹쳤다. 그렇다고 정부가 서둘러 도입한 초고위험 상품이 변동성을 키웠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정부는 불과 몇 달 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잇달아 내놓았다. 개인은 '국장 활성화' 구호를 믿고 상장 두 달 만에 15조원 가까이 쏟아부었고, 외국인은 본주에서 차익을 실현하며 빠져나갔다. 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 상품이 출시 이후 60% 넘게 폭락했고,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 몫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이후 태도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폭락 직후 브라질 순방길에서 "모든 게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과연 '주식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믿었던 개인 투자자들이 듣고 싶었던 대답이었을까. 정책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먼저였다.
정부 대응도 매번 한발 늦었다. 예탁금만 올리는 미봉책에 머물다가,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터진 뒤에야 구윤철 부총리가 긴급회의를 열어 투자한도를 20% 이내로 제한하고 '가변 레버리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뒤 나오는 대책은 수습이지 정책이 아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자산시장 정책이다. 부동산은 역대급 규제에 더해 세제 개편으로 '세금 폭탄'을 던지며 국민에게는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리라고 했다. 투자자 보호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건전한 투자시장'이 '위험한 투기시장'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국민연금 운용 방향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높이면서 시장에서는 "연금이 지수를 떠받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은 시장 관리 수단이 될 수 없다.
불과 한 달 반 전인 지난 6월 18일 코스피는 종가 9,063.84로 사상 첫 9,000 시대를 열며 새 역사를 썼다. 그 지수는 이후 6,000선 붕괴와 사상 최초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역대 최대 하루 상승폭을 모두 갈아치우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승은 정책 성과라 말하면서 하락은 시장 탓으로 돌린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성과는 자신의 공으로, 실패는 시장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책임 있는 국정 운영과 거리가 멀다.
시장은 언제나 냉정하다.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도 결국 숫자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더 이상 '구조적 요인'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왜 상품을 서둘러 허용했는지, 왜 투자자 보호는 뒤따라왔는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만 도박판이 된 증시도, 무너진 신뢰도 다시 세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