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제를 견인하는 양대(兩大) 축인 포항과 구미의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 도시로 손꼽혔지만, 철강과 전자라는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한 이들 도시의 실상은 참담(慘澹)하다. 지표의 착시를 걷어 낸 이들 두 도시는 이미 산업 생태계와 골목 상권이 붕괴되고, 청년 유출이 심화하면서 '지역 소멸' 위기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지난해 생산액이 전성기의 99.7% 수준을 회복하고 방위산업과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16조1천42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2만 명(21.3%)이 넘는 근로자가 증발한 '고용 없는 성장'일 뿐이다. 구미는 과거 대기업들이 핵심 연구개발(R&D)과 기획 기능은 수도권에 둔 채 조립·생산 라인으로만 활용했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대기업이 떠나자마자 2천여 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영세 소기업들의 가동률이 반 토막 나며 하청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됐다. 지난 3월 말 기준 구미산단의 전체 가동률 역시 64.3%로 전국 34개 국가산단 중 33위로 꼴찌 수준이다.
포항 역시 반세기 넘게 포스코에만 의지해 온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을 필두로 11조원이 넘는 2차전지 투자를 끌어내는 등 분투했으나,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한파와 포스코의 실적 악화가 맞물리며 지역 경기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법인 지방소득세가 3년 사이 62%나 급감하며 골목 경제가 얼어붙은 것이다. 더구나 포항이 본사 이전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과 수소환원제철 부지 인허가 지연 등 행정 공백(空白)이 겹친 사이에 포스코의 수조원대 미래 핵심 투자가 전남 광양으로 대거 쏠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닥뜨렸다.
양질의 일자리가 메마르자 구미의 청년 고용률은 34.5%로 주저앉았고, 포항은 지난 10년간 유출 인구의 90%가 청년층에 집중되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산업단지의 위기가 노동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이것이 곧바로 인근 식당과 소매점 등 골목상권의 숨통을 조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그나마 최근 구미는 방산과 반도체, 포항은 수소환원제철 분야와 신규 원전 유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회생의 불씨가 보이는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이 역시 핵심 설계와 R&D 기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짐을 싸서 떠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제 당국의 정책 패러다임은 '얼마를 유치했는가'에서 '지역에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질적 지표로 전환돼야 한다. 본사 기능과 핵심 연구 조직이 지역에 단단히 고정되는 '앵커 기업' 중심의 자립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과 인재가 지역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정착(定着)의 구조'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