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 시내를 걷다 보면 길거리에 빈 가게가 눈에 많이 띄어 도시 전체가 활기를 잃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중심가인 동성로조차도 곳곳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고 대형 빌딩이 공실로 남아 있어 밤이면 적막하기까지 하다.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그리고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의 간판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서 쇠락하고 있는 대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202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에 따르면 대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2.07%에 이르러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의술의 발달로 노인의 수명은 늘어난 반면에 출산율 저하와 청년의 수도권 이탈로 젊은이 수가 크게 감소한 결과이다.
202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천306개의 요양병원이 있으며, 요양병원 병상 수는 인구 1천명당 5.3개로서 OECD 회원국 평균(0.6개)보다 무려 8.8배나 많다고 한다. 요양병원 병상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인들이 요양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노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살다가 가족의 돌봄을 받으면서 자택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노인이 노쇠해서 거동불능 상태가 되면 가정을 떠나 요양시설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70% 이상이 거동이 불편해져도 요양시설이 아닌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하며, 생애 마지막 순간 역시 익숙한 공간에서 맞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2022~2025년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병원 임종률은 75.7%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반면에 자택 임종 비율은 2024년 기준 8.3%에 불과하여 많은 노인들이 가족과 떨어진 채 병실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나라 노인들은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앓고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를 외치면서 요양병원 입소를 피하거나 최대한 늦추는 것을 노후생활의 목표로 삼으려 하지만,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금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낸 '건강수명 추이분석 및 정책과제 도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수명은 세계보건기구 기준 2000년 66.6세에서 2010년 70.1세까지 매년 조금씩 증가했으나 2017년 이후로는 72~72.5세에 머물고 있다. 반면, 기대수명은 1980년 66.1세, 1990년 71.7세, 2000년 76세, 2021년 83.8세로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이에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2000년 9.31년에서 2021년 11.35년으로 벌어졌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 의술의 발달로 노인의 연명치료와 유병장수 기간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노후를 편안히 보내고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이 모든 노인들의 희망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수명을 최대로 늘려서 기대수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수명 연장을 위한 기존의 '치료 중심' 보건 정책을 넘어 질환 예방과 돌봄 중심의 '건강한 고령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와 더불어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지속 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앞서 소개한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들은 연명치료에 대해 매우 반대하는 의견이 46.1%, 반대하는 편이 38.0%로, 연명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84.1%를 차지했으며, 찬성하는 입장은 6.1%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인들의 의견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반영되지 못하고, 자녀들의 반대나 의료분쟁 발생 우려와 같은 몇 가지 요인들로 인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웰다잉을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