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정치 현수막 난립…도로 곳곳 '흉물' 현수막 끈 덕지덕지

입력 2026-04-14 15:13:47 수정 2026-04-14 1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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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치 현수막 제거 후에도 가로등·가로수마다 얽힌 잔재
철거 뒤 방치된 현수막 끈에 가로수 생육까지 위협 "설치만큼 정리도 책임져야"

14일 포항시 북구 우현동 사거리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아래 위로 걸린 2장의 현수막에 비해 앞서 제거되지 못한 나일론끈들이 가로등의 색깔마저 하얗게 바꿔버릴 지경이다. 독자제공
14일 포항시 북구 우현동 사거리에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아래 위로 걸린 2장의 현수막에 비해 앞서 제거되지 못한 나일론끈들이 가로등의 색깔마저 하얗게 바꿔버릴 지경이다. 독자제공

14일 오전 포항시 북구 우현동 교차로. 왕복 8차선의 도로들이 맞물린 이곳은 포항 시내의 대표적 교통요충지이다.

북쪽은 대규모 주택밀집지역인 장량동으로, 서쪽은 신흥 개발지구인 흥해읍으로, 동쪽은 경북지역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죽도시장, 남쪽은 포항시청 방향으로 이어지기에 하루에도 수천 대의 차량이 오가는 곳이다.

이곳에는 새로운 현수막이 수시로 걸린다. 각 정당이 홍보하거나 상대 정당을 비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치 선전 현수막을 달기에 이만한 명당이 없다.

난립하는 현수막도 문제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현수막을 묶었던 나일론 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탓에 가로수와 가로등에 잔여물이 남아 흉물스럽게 걸려 있다. 일부는 바람에 얽히고설켜 마치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나무줄기를 파고든 채 방치돼 있었다.

포항시의 경우 정당 전용게시대는 남구 대잠동, 북구 우현동·흥해읍·장성동 등 총 4개에 불과하고 최대 12개를 게시할 수 있다.

전용게시대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정당들은 교차로 가로등이나 가로수를 선택한다.

지난 2022년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며 정치 현수막(정당 현수막)은 일반 도로변에 허가·신고 없이 자유롭게 걸 수 있게 됐다.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내건 현수막은 통상 약 보름이면 철거되지만, 정작 이를 고정했던 끈과 부속물은 제대로 수거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나일론 끈은 잘 끊어지지 않는 특성상 가로수에 장기간 남아 나무의 생육을 방해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가로수는 끈이 줄기를 조여 흔적이 깊게 패이기도 했다.

현수막을 게시하는 법은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법은 아직 없다. 지자체로서도 현수막 철거 후 남은 이 잔여물을 단속할 권한이 없다는 의미이다.

포항시는 잔여물을 공무원이 직접 수거하거나 너무 높이 달려 위험한 경우 업체에 의뢰해 제거하고 있다.

보통 사다리차를 빌려 제거하는데 드는 비용만 1회 80만~120만원이다. "많을 때는 1년에 3~4번은 이 비용을 들여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심지어는 쇠줄로 달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이 직접 나가 제거하면 비용이 안 들겠지만 대부분 높은 곳에 달려 있어 위험한 상황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정치인들도 보는 눈이 있을텐데 왜 끈들을 그대로 놔두는지 모르겠다. 결국 자신들의 이미지를 자신들이 직접 깎고 있는 셈"이라며 "현수막 설치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 사용을 유도하고 철거 시 점검 절차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