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걸프 지역에서 앞다투어 한국의 방공망 인도에 나서는 등 미국 중심의 무기 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급선을 찾으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걸프 국가들이 한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등으로 방공 체계 도입 경로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약 6주간 이어진 공습으로 방공용 탄약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즉각적인 전력 보강이 가능한 장비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방산업체 한화와 LIG넥스원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천궁Ⅱ) 체계의 인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 역시 한국 측에 요격미사일 추가 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UAE에 미사일 요격체계 '천궁-Ⅱ'를 공급해왔으며 UAE는 최근 이란이 주변국을 공격할 때 다른 방공무기와 함께 이를 운용해 높은 요격 성공률을 보였고, 천궁-Ⅱ 요격미사일의 조기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천궁-Ⅱ는 최근 중동 지역 군사 충돌 과정에서 실전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등을 동원한 공격을 감행하자 UAE는 미국의 사드(THAAD), 패트리엇(PAC-3), 이스라엘 애로우(Arrow), 러시아 판치르-S1 등과 함께 다층 방어체계를 가동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확보를 위해 일본과 접촉한 사실도 알려졌다.
WSJ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미국과 긴밀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걸프 국가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UAE 등은 미국 무기의 주요 고객으로 분류돼 왔지만, 최근에는 대체 방공 수단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걸프 국가들이 검토 중인 방안은 단일 무기 체계에 국한되지 않았다. 한국의 중거리 방공 시스템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 미국의 전통적인 개틀링 기관포, 영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저가 미사일 등 다양한 수단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장비를 결합해 다층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이 운용하는 '샤헤드' 계열과 같은 저가 드론이 대규모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기존 고가 요격 체계 중심 대응 방식의 한계도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격 수단에 고가의 요격 미사일을 사용하는 방식은 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실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는 방공망이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상황은 중동 지역에서 공중 위협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됐다.
걸프 국가들은 방산 협력 범위도 넓히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크라이나와 무기 생산 및 경험 공유를 위한 국방 협력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역시 우크라이나와 협정을 맺고, 관계자들이 현지 요격 드론 훈련장을 방문해 업체들과 접촉한 사실이 전해졌다. UAE 또한 우크라이나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 기업과 군 관계자들은 걸프 국가들이 요격 드론과 전자전 장비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와의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국 내 수요가 우선되는 만큼, 실제 수출까지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WSJ은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미국과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보복 공격 규모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동시에 저가 드론이 현대전에서 주요 공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방산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방산업계가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확대하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고객국들이 다른 공급처를 모색하면서 잠재적인 수주 기회가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