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14일 서명"… 종전 양해각서, 전후 처리 순탄할까

입력 2026-06-14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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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합의안 실행, 이란 '즉시 이행' vs 미국 '성과 기반'
핵물질 처리 방식·호르무즈해협 활용 등 힘겨루기 예고
양측 대면 대신 전자서명… 이란 강경파 설득 변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식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식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오랫동안 기다려온 중동 전쟁 종식 합의가 14일 일요일에 체결될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호르무즈해협의 재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에 다가서면서 중동 정세가 협상 국면으로 넘어갈지 주목된다. 다만 ▷농축 우라늄 등 핵물질 처리 방식 ▷제재 완화 시점 ▷호르무즈해협 통항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해석 차가 커 실제 전후 처리는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이란과 합의, 14일 서명 예정"… 어떤 조건들 붙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과의 MOU 합의문에 14일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명 직후 호르무즈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된다"며 이번 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막는 "장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 핵합의와 달리 "이번에는 돈이 오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 대이란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에서 상당한 인식 차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정상화,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 대이란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에서 상당한 인식 차를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알려진 MOU의 핵심은 4월 발효된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이 기간 이란 핵 프로그램과 미국의 보상 방안을 협상하는 것이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획득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미국은 이란의 의무 이행 정도에 따라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 등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협상 기간에는 이란이 봉쇄해온 호르무즈해협을 열고, 미국도 대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양측이 같은 합의를 두고도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란이 핵물질을 넘기거나 핵시설 해체에 나서는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석유·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 유예와 해외 금융자산 접근 보장이 MOU 체결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도 쟁점이다. 미국은 핵물질을 확보해 희석하거나 파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자국 내 희석 외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

◆쟁점 된 호르무즈 '통행료'…전후 새 질서 되나

가장 민감한 쟁점 중 하나는 호르무즈해협이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길목인데 이란이 이곳을 전략적 지렛대로 삼을 경우 중동 안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은 해협을 다시 열더라도 전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러시아 주재 이란 대사가 호르무즈해협이 열리더라도 이란과 오만이 정하는 새 조건 아래 운영될 것이며 통과 비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국제 해협에서의 통항 비용 부과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MOU의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으며, '통행료 없이' 해협이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문제가 단순한 전후 복구가 아니라 향후 해상 질서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번지는 이유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근 전후 국제 경제를 떠받쳐 온 '열린 바다' 질서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비롯해 ▷대만해협 ▷흑해 ▷발트해 등 주요 해상 요충지가 군사·정치·경제 압박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닫힌 바다'라기보다 '문이 달린 바다'의 등장이라는 지적이다. 선박이 주요 해협을 지날 때마다 ▷정치적 위험 ▷보험료 ▷우회 비용 ▷현지 세력과의 협상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이 회담을 앞두고 사진을 촬영을 하고 있다. 나크비 장관은 미·이란 긴장 완화 등을 위한 파키스탄 지도부의 메시지를 들고 이란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EPA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오른쪽)이 모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이 회담을 앞두고 사진을 촬영을 하고 있다. 나크비 장관은 미·이란 긴장 완화 등을 위한 파키스탄 지도부의 메시지를 들고 이란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EPA 연합뉴스

◆원격서명? 왜 안 만나나

양측의 서명은 대면보다 화상·전자서명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대면 서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화상회의와 전자서명 방식이 활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의 국내 정치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5~17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할 예정인 만큼, 부통령이 같은 시기 외국에 머무는 방식이 부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역시 미국 지도부와 직접 마주 앉아 서명하고 악수하는 장면이 강경 반미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서명은 디지털 방식으로, 원격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는 아직 14일로 알려진 서명 시점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MOU 서명 시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합의 임박을 강조하지만, 이란 내부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 등 강경파의 반발이 남아 있고 이스라엘도 합의에 부정적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