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은 여전히 극도로 제한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극히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상데이터 서비스업체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7일부터 이날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1척에 불과했고, 최근 24시간 기준으로도 약 7척만이 해협을 지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8~140척 수준과 비교하면 10%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통과 선박의 대부분은 이란이 소유하거나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선박이었으며, 일부 외국 국적 선박 역시 제재 대상 기업과 연계된 사실상 이란 선박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팔라우·가봉 국적 유조선이 통과했지만, 추적 결과 이란과 관련된 선박으로 파악됐다.
이란은 해협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선박들에 라라크섬 인근 자국 영해를 따라 이동하도록 지시했으며, 이는 기존 항로에 설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기뢰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전해졌다. IRGC는 "선박들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라라크 섬 북쪽 해협으로 진입하여 IRGC 해군과 협력하여 섬 바로 남쪽에서 출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박 통제 속에서 위험도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영국 해양보안업체는 허가 없이 항해하는 선박, 특히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은 여전히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허가를 받은 선박조차 항해 도중 회항 조치를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시장 분석업체 '베스푸치 마리타임' 라스 옌센은 "대다수 해운선사가 통행을 위해 무엇이 실제로 필요한지 구체적 정보와 확답을 원하지만 그런 게 없다"고 했다.
해운업계는 불확실성 속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위험 분석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운 회사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물동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더라도 2주로는 밀린 물량을 모두 처리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협 주변에는 여전히 선박들이 대기 중이다. 해상 데이터에 따르면 유조선 400척 이상과 LPG 운반선 34척, LNG 운반선 19척이 페르시아만 일대에 머물고 있다. 이들 선박은 단순히 빠져나가는 것뿐 아니라, 그동안 육상에 쌓인 원유를 선적하기 위해 다시 진입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쳐 있다.
전문가들은 통행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CNN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업체 eToro의 분석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어떤 선박이 언제 통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휴전 자체도 불안정해 선사들이 진입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데이터 플랫폼 케이플러에 따르면 휴전 이후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나 가스 운반선은 단 2척에 불과하다.
여기에 통행료 문제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휴전 기간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다만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해협 통과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있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그들이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면 지금 중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선박은 라라크섬을 우회하는 이례적인 항로를 택하거나, 통행료를 내지 않고 통과를 시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 국적 LPG 운반선은 이란 측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고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충돌로 전 세계 원유 공급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전쟁 발발 이후 수백 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묶이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약 20%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부 원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